소형모듈원전(SMR)이 탄소중립 대안될까

SMR, 탈탄소·분산·디지털화로 역할론 부상

2021-07-15 12:06:42 게재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고 경제성 갖춰" … 미국 영국 중국 등 세계에서 71기 개발 중

글로벌 핫이슈 중 하나는 탄소중립이다. 개인 기업 단체들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CO₂)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올 4월 열린 세계 기후 정상회의에선 이러한 분위기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40개 주요국 정상들이 모여 한층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에선 지난 6월말 발표예정이던 K택소노미(Taxonomy, 한국형 녹색산업 분류체계)가 연기됐다. 빠르면 9월, 늦으면 연말에야 최종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K택소노미란 한마디로 녹색산업 범위를 어디까지 포함할 것이냐의 문제다. 원자력, 액화천연가스(LNG), 친환경석탄발전소 등 에너지원별로 K택소노미 포함 여부에 따라 미래 에너지로서 역할과 생존이 좌우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유럽연합(EU) 분위기다. EU는 2021년 '그린 택소노미'를 만들었고, 2023년부터 의무 적용한다. K택소노미는 친환경 선진국인 EU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럽위원회(EC)는 최근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천연가스는 EU 택소노미에서 배제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위한 딜레마에 빠졌다. 우리나라는 탈원전·탈석탄을 추진하되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경제성이 보완될 때까지 천연가스를 징검다리로 삼는다는 전략이었다.

소형모듈원전(SMR)이 조명받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SMR은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없애면서 전력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중·대형 원전보다 안전하고 경제성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제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킨 소형 원자로다. 전기출력은 300메가와트(MW) 이하다. 송전망이 충분하지 않거나 외딴 지역에 소규모 전력을 공급하기에 적합하다.

15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SMR 노형은 미국 17기, 러시아 17기, 일본 7기, 한국 2기 등 71기에 이른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SMR은 탈탄소화, 분산화, 디지털화 특성으로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면서 "여기에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MR은 일선 공장에서 모듈형태로 제작, 이송 및 건설이 가능해 건설공기 단축과 건설비용이 절감된다. 또 소형이라는 특성으로 다양한 지역과 발전목적에 따라 활용이 가능하다.

◆신재생 보완 백업전원 활용 가능 = 안전성의 경우 완전 피동(Passive) 안전계통 설계를 적용해 운전자 개입을 최소화하고, 단순화된 설계로 중대사고 제로화를 지향한다. 피동형은 사고발생시 발전소 운전원의 별도 조작없이 안전성을 유지하는 설계 개념이다.

2년 이상 장주기 운전으로 사용후핵연료 발생도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170MW 짜리 소형원자로 4기(680MW)를 기준으로 할 경우 건설 공사기간은 24개월로, 대형 원전 1400MW(APR 1400) 56개월보다 절반 이상 단축된다. 공사금액도 약 3조5000억원으로 대형원전 5조원보다 저렴하다.

또 출력조절이 가능하도록 부하 추종운전 설계가 돼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CO₂배출없는 백업(back-up)전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원자력업계의 설명이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2035년 SMR 시장규모는 2500억~4000억파운드(약 390조~6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2050년 전 세계 SMR 설치규모를 500~1000기로 예상했다. 설비용량으로는 65~85기가와트(GW)에 이를 전망이다.

'캐나다 SMR 로드맵'은 2030~2040년까지 매년 약 1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노후 석탄발전소 교체수요를 두고 SMR이 천연가스 등과 경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 혁신형 SMR 개발 착수 = 한국은 2020년 12월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i-SMR) 개발을 위한 추진기반을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동으로 2028년 인허가를 목표로 경제성과 안전성을 대폭 향상한 '혁신형 SMR(i-SMR)' 개발에 나섰다. 국회에서도 혁신형 SMR 포럼을 출범했다.

예산은 4000억원 내외 규모로 올 8월 i-SMR 완제품 개발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예타를 통과하면 연구개발에 본격 나선 뒤 2030년 이후 건설 및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총괄 주관기관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체적으로 5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혁신형 SMR 개념 및 기본설계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혁신형 SMR은 170MW급 소형(1개 모듈)으로, 총 4개 모듈(680MW 규모) 배치를 기본으로 한다. 4개 모듈을 동시 제어할 수 있는 단일중앙제어시스템으로, 최소 인원으로 운영된다.

설계는 △일체형 원자로 △나선형 증기발생기 △무봉산 노심 △내장형 제어봉 구동장치 △모듈형으로 제작·설치가 특성이며, 내륙운송이 가능하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소생산, 지역난방, 노후 화력발전 대체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탄송중립 가속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2029년부터 가동 개시 = 미국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SMR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부가 올 1월 수립한 '원자력전략비전'에 따라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 개발에 7년간 32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민간의 SMR 개발도 활발하다. 뉴스케일은 SMR 설계인증을 획득하고 아이다호주에 2029년 SMR 상업플랜트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소듐고속냉각로 방식 SMR을 건설, 2030년 가동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경제분야 국가최고계획인 '제14차 5개년계획(2021~2025년)'의 과제 중 하나로 해상부유식 SMR을 선정하고,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를 중심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6월 ACP 100 모델(하이난성에 설치)의 원전내 실증 건설을 허가하는 등 상용화준비에 들어갔다. 이 원자로는 2025년 5월 가동 예정이다.

러시아는 이미 세계 최초로 해상 부유식 SMR을 상용화해 2020년 5월부터 동시베리아의 페벡시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8년까지 동시베리아 야쿠티아지역에 육상 SMR을 건설해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원자력 발전과 SMR을 활용할 방침이다. 영국은 총리실이 주관하는 '녹색산업혁명을 위한 10대 계획'(2020년11월)의 과제로 '새롭고 혁신적인 원자력 발전 공급'을 규정했다.

영국은 SMR 개발·상용화와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 3억8500만파운드(약 6000억원)를 투자하며, 기존 계획된 신규 대형원전(힝클리포인트 C)도 차질없이 건설할 계획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탈원전을 선언했던 일본도 소형 원자로를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고민하는 분위기다. 일본 에너지기업 닛키홀딩스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4000만달러(약 451억원)를 출자해 3% 지분율을 확보했다.

◆"SMR 안전·경제성 허구" 반론도 = 하지만 SMR에 대한 장점이 허구라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등이 참여한 탈핵시민행동은 지난달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정치권은 소형원자로 개발과 이를 매개한 원전 수출 시도를 중단하라"며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건 원전이 아니라 안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SMR은 경제적, 기술적 타당성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 핵발전소와 다를 바 없는 위험기술, 위험원자로를 양산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SMR은 원자력이 지닌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 안전성, 경제성, 환경성 측면에서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분산형 전원을 표방하는 SMR이 각 지역에 산발적으로 입지한다면 안전사고 위험이 더 높아지는 셈이고, 사업이 구체화될수록 비용 추정치가 증가해 경제성도 허구"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자력발전이 탄소를 적게 배출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우라늄 채굴, 정련, 연료봉 제조, 원전 건설, 운영 과정 등에서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된다"며 "올해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된 영국 서섹스대와 독일 국제경영대학원(ISM) 연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원전보다 7배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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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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