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두려운 서울 학교도서관 사서들

2021-07-19 11:16:17 게재

도서관 미개방 이유로 두달간 '무급'

교사들 반대·교육청 외면 … 한숨만

방학만 다가오면 한숨이 커지는 이들이 있다. 방학 중 도서관이 개방되지 않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받는 서울 초중고등학교 도서관 사서들이다. 서울은 전국 17개 시·도 중 단 세곳 뿐인 방학중 도서관 미개방 지역이다.

초중고등학교 교육공무직 사서들이 방학 중 학교도서관 개방을 주장하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제공


서울 학교도서관 사서들은 지난해 6월부터 무려 1년여에 걸쳐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하나, 방학 중에도 학교도서관을 개방하라는 것이다.

방학은 학기 중 학업 부담 때문에 책을 멀리했던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기 좋은 시기다. 초등학생의 경우 학교도서관은 집에서 가장 가깝고 안전한 책방 겸 공부방이다. 특히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을 위해 특화된 공간이다. 교과과정과 연계된 각종 도서, 자료가 구비돼 있을 뿐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사서들로부터 안내와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의 학교도서관은 여름, 겨울, 봄 방학을 합쳐 30일만 반짝 개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서들은 이같은 조치가 학교도서관 개방 취지에 전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등 이용자 편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30일도 학교장 재량에 따라 제대로 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임시개방 정책은 같은 미개방 지역인 강원도와 대구시에도 영향을 끼쳤다. 강원도와 대구시는 각각 연간 20일, 10일씩 방학 중 학교도서관을 개방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마저도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에 한해서'라는 단서조항이 붙었다.

학부모들 상식과 달리 방학 중 학교도서관이 열리지 않는 배경에는 교원단체의 반대와 이에 기댄 교육청의 미온적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2월 이동현 서울시의원이 발의한 '학교도서관 운영 및 독서교육 진흥 조례안 제정 토론회'에서 교원단체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한 교사는 "방학 중 학교도서관을 상시개방한다는 것은 학교현장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발상"이라며 "방학 중에는 학교를 최소한으로 운영하면서 해야될 많은 일들이 있다. 서가이동, 장서점검, 환경개선 등 업무 외에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는 교사들의 각종 연수와 회의도 방학 중에 이뤄진다"고 상시 개방에 반대했다. 교원단체들은 학교장의 재량권인 도서관 개방을 교육감이 정하도록 한 것도 교장의 학교 운영자율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학교도서관 방학 중 개방을 주 내용으로 한 해당 조례안은 현재 교원단체 반발에 부딪혀 추진이 멈춰선 상태다. 이 의원은 "학생, 학부모, 시민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폭넓게 참여해 공개적인 논증과 토론을 벌이는 숙의민주주의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교육감에게 공론화 방식을 통해 학교도서관 운영 조례안 추진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학교도서관 개방 문제가 비정규직인 공무직 사서들과 정규직 교사(사서교사)들 간 밥그릇 싸움 양상을 띠고 있어 안타깝다"며 "교사들의 상시개방에 대한 우려도 이해되지만 방학 중에도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을 이용할 권리, 무기계약직인 사서들의 두달치 생계에 대한 절박한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4월 현재 서울 전체 1341개 초·중·고등학교 학교도서관 담당인력 중 사서교사는 229명에 불과하다. 무기계약직 계약직 등 방학 중에 급여를 받지 못하는 이른바 교육공무직 사서는 1000명에 달한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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