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정 뿌리산업법,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져야

2021-07-21 11:14:34 게재
신용문 중소기업중앙회 뿌리산업위원장

지난달 15일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뿌리산업법) 개정안이 공포돼 10년 만에 뿌리업종이 확대·개편됐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6대 기반 공정기술을 이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을 말한다. 이번 개정안으로 뿌리산업의 소재는 기존 금속에 세라믹 플라스틱 등이 추가됐고, 6대 기반 공정기술에 사출·프레스 로봇 센서 등 차세대 기술이 더해졌다.

또한 뿌리산업 특화단지에 대해 원자재 안정적 수급, 물류 효율화, 마케팅 등 생산·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지원 근거가 마련되었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우선 신용보증, 자금지원 조건 우대기관 추가 등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를 마냥 반기기는 어렵다. 단순 법률 개정만으로는 영세 뿌리기업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보완하고 지원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현장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또한 생산 R&D 마케팅 인력수급 등 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을 고려한 종합적인 지원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법 개정만으로 실질적 도움 받기 어려워

우선, 뿌리기업의 산업안전이나 공정혁신, 친환경 설비 등에 필요한 시설자금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과 화평·화관법 시행, 탄소중립 추진 등 안전과 환경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중소 뿌리기업은 담보나 자금부족으로 이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신용여력이 부족한 뿌리기업에게는 저리의 정책자금 확대·지원을 통해 안전하고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인력부족 해소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인력부족은 뿌리기업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국 지연으로 전체 중소기업의 64% 이상이 생산 차질을 빚는 등 인력문제가 심각하다.

게다가 주52시간제가 7월 1일부터 적용되면서 업계에서는 뿌리산업법 개정안의 실익을 체감할 여유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법 개정안이 지향하는 바대로 뿌리산업의 전방위적인 자동화·첨단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한편, 고질적 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신규 인력 유입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재직자 재교육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

끝으로, 뿌리산업을 지원하는 정부조직 확대와 지원기관의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 현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속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뿌리센터)는 뿌리기업에 대한 조사 기술지원 인력양성 마케팅 등을 수행하고 있으나 산업 범위가 더 확대되는 만큼 업계 의견수렴과 정책수립, 예산 마련에 보다 큰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뿌리센터에서 시행하는 '뿌리기업 자동화·첨단화 지원사업'의 경우 2021년도 6대업종 지원기업은 고작 22개이며, 예산은 2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뿌리기업수가 약 3만2000개라는 것을 고려하면 지원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원기관의 전문성 독립성 확보도 중요

뿌리기업의 생산과 판매, R&D, 인력양성 등 경영전반에 걸친 진흥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지원기관이 보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비로소 우리 제조업의 기반인 뿌리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