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독도체험학습

독도교과서에 '해저·동식물·기후위기' 담아야

2021-07-21 11:25:53 게재

독도는 식물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대양섬 … 청소년들 "독도 동식물이나 기후변화 문제, 이번에 처음 배웠다"

내일신문과 울릉군, 경기도수중핀수영협회,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가 주최한 '독도체험학습 - 우리가 만드는 독도 교과서' 행사가 5일부터 8일까지 울릉도 독도 일원에서 열렸다.
마이스터고와 특목고 등 3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한 이번 체험학습은 우리나라 최초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양대 실습선을 타고 독도까지 가는 동안 학생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했다. 동도와 서도는 어떻게 탄생했고, 독도 해저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각 분야 전문가 특강을 들었다.
배병덕(해양대 교수) 실습선 한나라호 선장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이렇게 학생들 스스로 찾아가면서 청소년의 시각으로 새로운 체험학습의 방식을 열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독도체험학습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가 주최하고 울릉군, 경기도수중핀수영협회가 주관했다. 한국교과서협회 기능한국인회 한국교육시설안전원 바이오스마트(코로나19 나이팅게일센터) 고산재단 디앤액트(르까프) 대구은행 (주)내일신문이 후원했다.
'나이팅게일센터'는 5일 배에 탑승하는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했고 검사 1시간 만에 결과를 도출했다.

독도는 하나의 섬이 아니라 동도와 서도를 포함, 91개의 크고 작은 섬과 암초들로 이루어져 있다. 독도의 해발고도는 동도 98.6m, 서도 168.5m이다.


"안타깝게 상륙은 못했지만 독도를 이틀 동안 두 바퀴 배로 둘러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눈으로 볼 수 없는 해저지형 부분도 학생들이 자세히 배울 수 있도록 '독도교과서'를 따로 제작했으면 좋겠다."

독도체험학습에 인솔교사로 참여한 김진구 동아마이스터고 교사의 말이다.

김 교사는 "해양의 기후변화는 육지 생태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고 우리 생활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동도와 서도를 최첨단 기상장비로 무장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도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들과 인솔교사들은 독도 동식물 변화 과정 등을 교과서에 자세히 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막연한 논리와 과거 역사만 배웠다는 것이다.

동도 천장굴. 건너편 절벽부위에 사철나무 군락이 자란다.


◆91개 섬 중 동도 서도에만 식물 살아 = 독도는 하나의 섬이 아니다. 151m의 거리를 두고 마주보는 동도와 서도를 포함, 91개의 크고 작은 섬과 암초들로 이루어져 있다.

독도의 해발고도는 동도 98.6m, 서도 168.5m이다. 둘레는 동도가 2.8km, 서도가 2.6km이다. 현재 동도에는 독도수비대원들과 등대지기가 살고 있다. 서도에는 독도 주민 한 가구가 어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동도와 서도에는 식물이 자란다. 나머지 섬들은 식생이 발달하지 못할 정도로 면적이 작고 파도에 노출돼 육상식물이 살지 못한다. 이들 작은 섬들도 여러 종류의 바닷새와 해양 생물들에게는 중요한 서식지다.

독도 식물 연구는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가 가장 먼저 시작했다. 해방 후에는 우리 학자들에 의해 여러 차례 연구가 이루어졌다.

1952년 이영노 정영호의 개별 조사를 시작으로 2006년 현진오와 권순교, 2007년 박재홍 등의 연구가 있었다.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하면 독도에 살고 있는 식물은 60여 종류로 파악된다"며 "고작 60여 종류밖에 살지 않지만 독도는 식물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섬"이라고 말한다.

천연기념물 제538호로 지정된 사철나무.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 제공


◆독도는 식물진화 연구의 중요 사이트 = 독도와 울릉도는 깊이 2000미터가 넘는 동해바다 한가운데서 솟아난 화산섬이다. 이 두 섬은 일본열도나 중국대륙은 물론이고 한반도와도 연결된 적이 없는 '대양섬'(oceanic island)이다.

남해와 서해에도 3000여개의 많은 섬들이 있지만 이 섬들은 빙하기 때 모두 육지와 연결되었던 '대륙섬'(continental island)이다. 빙하기가 전성기였을 때 해수면은 지금보다 150미터 가량 낮았다. 당시 서해와 남해는 대부분 육지였고 서해와 남해에 있는 모든 섬은 육지 위에 솟은 산이었다.

동해는 깊이 2000미터가 넘는 깊은 바다다. 빙하기에도 동해는 거대한 바닷물호수 형태를 유지했다. 독도와 울릉도는 바닷물 호수 안에 섬으로 남아있었다.

바다에서 솟아난 후 한번도 육지와 연결된 적이 없는 대양섬은 세계적으로 하와이 제도, 갈라파고스 제도, 카나리 제도, 남미의 주안 페르난데스섬, 일본의 보닌섬 등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이런 대양섬은 식물진화 연구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바다 한가운데 솟아난 섬에 자연적으로 들어온 식물들이 독특한 환경에서 변화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독도(470만년 전)와 울릉도(300만년 전)는 외국의 대양섬들에 비해 생성연대가 상대적으로 짧다. 유입된 식물들의 진화경로를 밝히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아직 이런 시각에서 독도 식물을 연구하는 학자는 없지만 울릉도 식물에 대한 진화학적 연구는 많은 학자들의 관심사다.

◆독도가 울릉도보다 150만년 앞서 = 독도와 울릉도 모두 대양섬이지만 독도가 울릉도보다 150만년 이상 먼저 생긴 '형님 섬'이다. 두 섬은 식물학적으로도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식물이 유입되어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현 소장은 "이는 독도 생태계 관리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며 "독도와 울릉도가 가까이 있다고 해서 두 섬의 식물을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강조한다.

독도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식물들은 '개머루' '갯괴불주머니' '갯까치수염' '갯사상자' '갯제비쑥' '댕댕이덩굴' '도깨비쇠고비' '땅채송화' '박주가리' '번행초' '사철나무' '괭이밥' '갯장대' '술패랭이꽃' '왕김의털' '해국' '참나리' '비짜루' '민초종용' 등을 꼽을 수 있다.

사람에 의해 유입된 식물도 많다. '감자' '갓' '개여뀌' '금강아지풀' '까마중' '마디풀' '무궁화' '방가지똥' '보리밥나무' '섬괴불나무' '섬초롱꽃' '소리쟁이' '쇠비름' '왕호장근' '취명아주' '파' '콩다닥냉이' '해송' '호박' 등이다.

면적이 좁고 토양층이 발달하지 못해 독도에는 키 큰 나무들은 자라지 못한다. 독도를 대표하는 나무는 '사철나무'다. 사철나무는 동도와 서도의 암벽에 붙어서 자란다. 나이가 100살이 넘는 것도 발견됐다. 독도 사철나무는 2012년 10월 5일 '천연기념물 제538호'로 지정됐다.

현 소장은 "울릉도의 식물을 독도에 옮겨심는 것은 식물 진화과정에 교란을 가져온다"며 "특히 나무가 있어야 섬으로 인정받는다는 이유로 함부로 식목행사 등을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독도에 외부에서 갖져온 나무를 심은 사람들은 민간단체 회원들이다. 1888년에 결성된 (사)푸른울릉독도가꾸기모임에서 수많은 실패를 딛고 독도에 나무를 심고 가꿨다. '독도에 나무가 있어야 암초가 아닌 섬이 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지금은 독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철나무가 있으니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목은 안하는 게 맞다.

최근 독도에 외부 방문객이 늘면서 '쥐'까지 번식하는 등 외래종 제거작업이 시급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제거작업이 천연기념물 제336호 독도천연보호구역 '괭이갈매기 번식지'를 파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독도 등대에서 본 독도 일출. 독도는 우리나라 영토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솔직히 독도에 대해 잘 몰랐다" = 독도체험학습에 참가한 이민우(대전 동아마이스터고 2학년)군은 "독도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대부분 토종식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갈수록 외래종이 늘어나는 이유를 밝히고 이를 막을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현석(경기도 수원하이텍고 2학년)군은 "솔직히 독도에 대해 잘 몰랐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영토'라는 이야기만 들어서 막연히 그런가 보다 했다"며 "독도 동식물이나 기후변화 문제가 이렇게 중요하고 심각한 줄 이번에 배웠다. 독도가 평화롭고 아름다운 우리 영토로 영원히 남을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고 가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독도체험학습" 연재기사]

독도 울릉도 = 글 사진 전호성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남준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