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폭력 전수조사 매년 '엄포만'
2021-07-26 11:52:42 게재
처벌수위 낮고 예방교육 부실 … '폭력으로 선수 양성' 근절해야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오늘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운동부 폭력사건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올해 조사는 코로나19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고 최숙현 씨 사망사건 이후 운동부 폭력피해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학생 선수 인권보호 강화 방안'을 내놨다. 이번 폭력피해 조사는 지난해 여름방학 이후부터 조사 시점까지 1년 동안 발생한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조사과정에서 학교 운동부 관계자는 배제하기로 했다. 외부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 이어 폭력이 근절되지 않았거나 은폐 축소가 의심되는 경우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합동으로 특별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예고했다. 수사를 의뢰하고 징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체감온도는 낮다. 비위행위를 저지른 코치나 운동부 선배가 다시 복귀할 경우 자신의 선수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보복이 두려운 학생 운동선수들은 폭력에 침묵하거나 선수생활에서 겪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인다.
지난해 7월 이뤄진 전수조사에서는 지도자, 교사, 학생 선수 등 가해자 519명이 확인됐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낮다는 게 체육계 반응이다.
◆선수폭력 묵인하는 사회 분위기부터 근절해야 = 정부와 교육청은 선수폭력이 심각한 경우 아동학대에 따른 경찰수사와 신분상 징계, 체육지도자 자격 징계까지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은 교육청과 정부 방침에 크게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대전 모 중학교 상담교사는 "학교폭력 유형이 달라지고 있다. 정부나 교육청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갈수록 더 은밀하고 교묘하게 폭력이 진행돼 조사나 신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신체적 폭력보다 사이버 폭력과 집단 따돌림 비중이 크게 늘었지만 예방책은 전무한 상태다. 시도교육청과 손발을 맞춰야 할 교육부도 사건 발생 후 사태 파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관련 부처간 협의도 사건이 터질 때만 반짝하고 종적을 감춘다.
문재인정부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교육부-시도교육청-여가부-경찰청-지자체' 합동협의체를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회의 한번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학폭은 사회부총리 주재 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만 회의만 하고 늘 흐지부지된다. 학부모와 상담교사, 운동선수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다. 특히 학생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맞아도 참아야' 대학에 가거나 실업팀 선수생활이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학교폭력 조사처벌보다 예방교육 시급 = 일반학생 학교폭력이든 운동선수에 대한 폭력이든 유형은 비슷하다. 폭력도 사회 흐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A고등학교에 다니는 정 모 양은 "앞으로 국가대표가 되거나 올림픽에 나가려면 어느 정도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말을 코치에게 거의 매일 듣고 산다. 폭력은 일상적이고 부모님에게 금품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정부나 시도교육청 전수조사를 통해 폭력이 근절되고 선수생활에 긍정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체육대학의 경우 운동선수 폭력 근절을 위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학교'라는 슬로건을 걸고 운동부 분위기를 바꾸는 예방정책을 펼치고 있다. 졸업 후 코치나 감독으로 활동할 경우 '때려서 선수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바꾸겠다는 교육철학을 도입했다. 실제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철저한 예방교육과 과학(빅데이터)을 접목해 선수 양성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운동선수가 있는 중고교의 경우 학생선수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이나 감수성을 높이는 학폭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시 동작구 D 중학교 교장은 "담임교사나, 운동부 담당 체육교사가 상담교사, 보건교사 등과 협력하여 월 1회 학생선수 상담을 의무적으로 운영해 폭력예방 교육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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