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혁신 기술지원' 세계 최강 한국양궁의 '힘'
고정밀 슈팅머신·심박수 측정 장비·AI코치 도입
정몽구·정의선 회장 부자 37년간 양궁사랑 눈길
'도쿄대회 석권'을 목표로 추진된 기술지원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대한양궁협회 회장)의 주도로 시작됐다. 세계 최강의 한국 양궁이지만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R&D 기술을 접목하면 선수들의 기량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 자동 기록 장치 △비전 기반 심박수 탐지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AI) 코치 △선수 맞춤형 그립 등 5대 분야에서 기술을 지원했다.
양궁에서 화살은 활과 함께 최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다. 선수들은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자신에게 맞는 화살을 선별하기 위해 직접 활시위를 당기며 테스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를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가 협의해 제작한 기기가 '슈팅머신'이다. 선수들은 70m 거리에서 슈팅머신으로 화살을 쏘아 신규 화살의 불량 여부를 테스트한다. 힘 방향 속도 등 동일한 조건에서 테스트가 가능해 선수 컨디션 날씨 온도 등에 제한없이 화살 분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다른 기술은 '점수 자동 기록 장치'다. 정밀 센서 기반의 '전자 과녁'을 적용,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저장하는 기술이다. 전자 과녁은 무선 통신을 통해 점수를 모니터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해 주며,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심박수는 선수들의 긴장도를 나타내는 중요 지표다. 현대차그룹은 '비전 기반의 심박수 측정 장비'를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에 지원했다.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 심박수를 측정하는 장비다.
현대차그룹은 보다 정교한 심박수 측정을 위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선수 얼굴 영역을 판별하고 주변 노이즈를 걸러내는 별도의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와함께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을 위한 '명상 앱'을 별도 제작해 지원했다. 선수단을 지속 관리해 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심리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개인 선수 맞춤형으로 콘텐츠를 구성, 편안한 심리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딥러닝 비전 AI 코치'는 현대차그룹 인공지능 전문 조직 에어스(AIRS) 컴퍼니가 보유한 AI 딥러닝 비전 기술을 활용,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실전을 위한 분석에 용이하도록 자동 편집해 주는 기술이다.
'AI 코치'는 영상 속 선수의 셋업 및 릴리즈 시점과 과녁 영상 내 화살이 꽂히는 시점만을 정확히 포착해 짧은 영상으로 자동 편집해 준다.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3D 스캐너 및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선수들이 이미 손에 맞도록 손질한 그립을 미세한 흠집까지 3D 스캐너로 스캔해 그 모습 그대로 3D 프린터로 재현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후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된 정의선 회장에 이르기까지 37년간 국내 양궁발전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주 미국 출장을 마치자마자 급하게 일본을 찾았으며, 여자 단체전은 물론 남자 단체전까지 금메달 획득의 순간을 함께 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2019년 도쿄대회 양궁 테스트 이벤트 대회 현장을 방문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진천선수촌에 도쿄대회 양궁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건설하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대표선수들이 도쿄대회와 동일한 기후 조건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쿄와 유사한 기후인 미얀마 양곤에서 기후 적응을 위한 전지 훈련도 실시하도록 도왔다.
코로나19로 국제대회 경험을 할 수 없고, 이전처럼 야구장에서의 소음 및 관중 적응훈련도 불가능해지자, 정 회장은 양궁 대표단이 실제 상황에 최대한 적응하도록 스포츠 전문 방송사 중계를 활용해 실전훈련을 이끌었다.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올 1월 열린 양궁협회장 선거에서 만장일치로 13대 양궁협회장으로 재선출되는 등 양궁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양궁협회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갑작스런 선수 발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는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 철저하게 현재 실력으로 경쟁을 통해 선발되며, 코칭스태프마저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양궁의 인연은 정몽구 명예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 명예회장은 LA대회 양궁여자 개인전에서 양궁선수들의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하고,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현대정공에 여자 양궁단을, 현대제철에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정 명예회장은 체육단체에서는 최초로 스포츠 과학화를 추진, 스포츠 과학기자재 도입 및 연구개발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높이는 등 세계화를 향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선수와 코치진의 노력, 국민적 성원,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후원 등에 힘입어 한국양궁은 1984년 LA대회부터 2021년 도쿄대회 남자단체전까지 금메달 26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올렸다. 같은 기간 양궁 종목에 걸린 전체 금메달의 70%를 대한민국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