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경기북도 분도' … 규제완화·지원 '핵심'
이재명 '단계적 추진' … 이낙연·정세균 '시기 됐다'
87년 이후 30여 년, 선거 때마다 나왔지만 성사 안돼
국회 "중첩규제 해소 가능할까" … 도청소재지 쟁점
경기북부 분도는 87년 대선(노태우 전 대통령 공약) 이후 대선뿐 아니라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공약이다. 하지만 30여 년간 지켜지지 않았다. 그 중심엔 경기북부지역 개발을 제한하는 수도권 정비법 등 규제 정비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2일 정세균 전 총리는 라디오에 출연해 "규제 때문에 발전이 안 됐다면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든지 또 그 대안의 실행이 있었어야 된다"며 "그런 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 경기 북부 지역에서는 계속 독립 얘기를 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했다. "북부가 따로 분리를 하게 되면 또 거기에 맞는 맞춤형 규제도 가능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경기북부지역(고양, 파주, 의정부, 양주, 동두천, 포천, 연천, 남양주, 구리, 가평, 김포)은 지난 70년간 수도권 개발 제한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 등의 규제로 발전이 심각하게 저해돼 왔다"면서 "이로 인해 경기 남부지역에 비해 경제, 교육, 교통,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현저히 낙후돼 있다"고 했다. 이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을!'이라는 구호로 경기 북부 시민에게 기대를 품게 했던 이재명 지사 역시, 계속되는 경기 남부 위주의 행정으로 경기 북부 시민에게 신뢰감을 잃은 지 오래"라며 이 지사를 때렸다.
그러면서 "경기북도를 설치하면 규제완화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어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며 "'경기남도'에 차별받지 않고, 지방분권시대에 맞는 실효성 있는 대민행정서비스가 이뤄져 생활편의가 향상되고 재정자립도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도는 경기북도 설치에 관해 '주민의 뜻에 따르겠다'라고 밝힌 상태"라며 "이제 행정의 효율성과 절차적 정당성 등 '경기북도' 설치에 따르는 장애물은 다 제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 총리 역시 지난달 30일 "경기 북도를 설치할 시기가 왔다고 판단한다"며 △경기남북부의 균형발전 △주민 편의 위한 생활권·경제권·행정구역 일치 △안보로 희생한 지역에 대한 보상 △한반도 평화시대를 준비하는 전진기지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경기 의정부시갑을 지역구로 하는 오영환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위해 희생을 감당했지만,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해야한다'는 달콤한 말만 계속했다"며 이 지사를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분도 이후 재정 자립 방안에 대해 "경기 북부는 위치의 이점 때문에 수도권을 위한 물류의 거점, 그리고 IT를 포함한 첨단 산업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라며 "그런 발전의 수요는 여전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경기북도 된다고 규제 풀리는 것 아냐" = 지난 1일 이재명 캠프 홍정민 대변인은 시기상조론, 단계적 추진론을 내세우면서 "수도권정비계획법이나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중첩규제로 (경기북부) 발전이 저해된 것"이라며 "경기북도가 된다고 해서 규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열악한 SOC상황에 대해서는 "현재의 예타제도 하에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남부에 계속해서 더 투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경기북도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태에서 경기남북도로 분리하게 되면, 경기도의 예산이 남부에 집중돼 경기 남북간 격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북도의 설치는 수도권 규제해소, 북부지역의 균형발전과 재정자립이라는 기반을 마련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국회는 어떻게 판단할까 = 국회에는 여당 김민철 의원과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제출돼 있다. 김성원 의원은 고양시 구리시 남양주시 동두천시 양주시 의정부시 파주시 포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 10개 지자체를 경기북도로 묶는 방안을 내놨고 김민철 의원은 여기에 김포시를 더했다.
행안위 법안 검토보고서는 "경기 북부 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등에 따라 중첩 규제로 인해 발전이 저해된 것을 고려해 볼 때 경기북도의 분도가 중첩 규제의 해소로 바로 이어질 수 있는지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경기 북부 지역은 사회기반시설이 열악해 지속적 재정투입이 요구되나, 경기 북부 지역의 낮은 재정자립도로 남·북부 간 재정격차 심화 및 북부 지역 발전을 위한 동력이 약해질 여지가 있다는 점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행안부는 "지역주민과 정치권 등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하며 경기 남북 지역의 행·재정 여건과 경제·산업 구조, 분도의 예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분도 결정은 북부 재정자립도 및 균형발전과 자립기반을 마련한 이후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분도 이후 경기북도가 경제자립도를 더 높일 방안이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각종 규제를 완화할 수 있을지 또는 완화하지 않더라도 SOC투자, 기업유치 등이 가능할지 등이 관건이다.
김민철 의원은 "분도를 하면 재정자립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인천이 경기도에서 떨어져 나간 이후 재정자립도가 14년 연속 올랐다"며 "또 도청·경찰청·소방청 등을 짓는 비용이 든다는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북부청사 등 기반이 있어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캠프의 정성호 의원은 "경기북도 분도를 하더라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풀어 경기북도를 개발해야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 그것을 용인하겠느냐"며 "또 경기북도를 만든다면 현재 경기북도청이 있는 의정부에 도청소재지를 둘 것인지, 그것을 다른 도시들이 용인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