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선진화 이끌 출판유통통합전산망 9월 개통 … 출판계 참여 극복 과제

2021-08-05 11:19:51 게재

출판진흥원 "객관적 데이터 기반 마케팅 가능" … "독립적 사업 추진 기구 필요"

오는 9월 출판유통통합전산망(통전망)이 개통된다. 2018년 송인서적의 부도 이후 '출판유통 선진화'를 추진하고자 시작했던 통전망이 3년여의 개발 끝에 결실을 맺는다. 다만 통전망의 성공을 위해서는 출판계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 회원사 로그인시 화면. 사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공


◆유통사별 판매데이터 확인 가능 = 통전망은 올해까지 메타데이터(도서정보)와 판매데이터 연동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 9월 1일 가개통을 하며 29일 정식 개통을 할 예정이다. 메타데이터와 판매데이터의 경우,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과 연동을 완료했으며 영풍문고 인터파크과 연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점ON(www.booktown.or.kr)을 통해 POS를 이용하고 있는 지역서점 300여곳과도 연동을 완료했다. 전자책 유통사인 리디북스와도 메타데이터·판매데이터 연동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콘텐츠에서 박찬수 출판진흥원 사무처장과 수행사인 바이브컴퍼니 관계자를 통해 통전망 시연을 참관했을 때, 각 유통사별로 판매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별 출판사의 판매데이터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으며 자사의 판매데이터는 해당 출판사만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 편집자 출신인 박 처장은 "'대마도에서 만난 우리 역사'라는 책을 출간한 적이 있었는데 그 책들은 거의 대구 부산에서 팔렸다"면서 "판매데이터를 통해 어떤 도서가 어디에서 팔렸는지 객관화하고 해당 도서의 마케팅은 물론, 비슷한 특성의 도서를 출간했을 때에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산업통계 화면. 사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공


◆유통사, 메타데이터 실시간 공유 = 출판사들이 입력한 메타데이터는 유통사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해 활용할 수 있다. 출판사들은 지금까지 각 유통사들에 개별적으로 메타데이터를 제공해 왔는데 통전망을 활용하면 이와 같은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도서의 기본 메타데이터는 국립중앙도서관에 ISBN을 발급받을 때 입력하는 정보를 시스템 연동을 통해 가져온다. 이 외 데이터에 대해 출판사가 추가로 입력한다.

통전망에서는 주제별 분류와 이에 따른 다양한 주제어와 수식자를 통해 도서를 설명한다. 주제분류 체계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정보 체계를 국내 상황에 맞게 적용했다. 여러 유통 플랫폼 간 상호호환 가능성을 높여 도서 정보의 교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추가로 직접 입력을 통해 해당 도서의 주제를 설명할 수 있다.

박 처장은 "신간도서가 출간되기 몇 달 전부터 통전망에 메타데이터를 등록하는 등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기반으로 신간도서 판매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영업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마케팅 프로모션을 할 수 있다"면서 "이는 출판뿐 아니라 모든 산업이 지향하는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통전망은 올해까지 메타데이터와 판매데이터 연동에 집중한 이후에는 온라인 수·발주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각 유통사별 재고데이터까지 연동하겠다는 목표다. 온라인 수·발주 시스템은 물류사와는 연동이 완료된 상태다. 향후 이를 통해 지금까지처럼 도서를 밴딩해서 운송하는 방식이 아닌 버켓운송 방식으로 운송 방식을 선진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버켓 운송 방식은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 책을 포장하는 방식으로, 상자에 RFID 바코드를 통해 해당 도서의 정보를 제공한다. 바코드만 찍으면 해당 도서에 대해 알 수 있어 입출고 업무처리가 보다 편리해질 수 있다.

◆도서관 업무에도 긍정적 = 통전망은 출판유통의 주된 축 중 하나인 도서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회원으로 등록한 도서관들은 통전망에서 제공하는 오픈API(시스템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능을 다른 시스템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공개한 프로그래밍)를 활용할 수 있다. 출판사별 도서목록, 도서상세정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회원 가입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도 있다. 출간예정도서를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 도서 유형별로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예술 언어 등 주제 분류별로 원하는 주제어를 선택해 관심 도서를 연관 검색할 수도 있다. 또 원하는 관심분야, 대상연령 등을 입력해 두면 출간예정도서를 메일링서비스를 통해 받을 수 있다.

◆문체부 "출판계와 대화 지속" = 다만 지난 5월 장강명 작가에 의해 촉발된 인세 논란에서 해결책의 하나로 통전망이 제시됐지만 저자가 본인의 도서가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통전망에는 마련돼 있지 않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일 '도서판매정보 공유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총 368개의 출판사가 함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출판진흥원은 저자가 자신의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하는 것은 출판사와의 사적 계약 문제로 출판사와 저자가 관련 협의를 했을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통전망은 데이터를 제공할 출판사의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운영주체를 둘러싼 출판계와의 이견은 여전하다. 출판계는 통전망의 운영주체가 출판진흥원이 아닌 독립기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출협은 통전망과 관련한 논의기구인 정보화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지난 6월 간담회에서 "출판계의 입장에서 볼 때, 전산망이라는 것은 출판사 입장에서 서점에 책이 어디 얼마나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중략) 해서 만들려고 한 것이고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고 한 것이었다"면서 "정부에 맡겨야겠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달 19일 회원사들에 대한 공문에서 "통전망 사업을 주시하며 출판업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견인하도록 노력하려 한다"면서도 "이 사업에 대한 책임과 실행 권한을 강화한 독립적인 사업 추진 기구를 이해 당사자인 출판사와 유통사를 중심으로 조속히 구축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통전망 개통과 함께 정보화위원회는 '통전망 운영위원회'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혜수 문체부 출판인쇄독서진흥과장은 "출판계의 필요로 만들어진 통전망이 잘 운영되기를 바라는 것은 출판계 모두의 마음일 것"이라면서 "운영위에는 모든 출판계 유통계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되기를 바라며 출협 출판인회의와 대화를 계속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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