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관계기관 2021년 상반기 단속 결과 발표

우표에 바르고, 소금에 섞고, 통조림에 넣고

2021-08-11 13:14:54 게재

'국제우편·특송화물 마약류' 적발 3.8배 급증 … 코로나로 운반책 이용 밀수 어려워져

# 1월 관세청은 미국에서 인천공항으로 보내진 한 특송화물을 세관 정보분석을 통해 우범화물로 골라냈다.상자를 열어보니 해수염(수족관 용품) 안에 '메트암페타민(필로폰)' 3752g이 숨겨져 있었다.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반입된 특송화물 상자를 세관 직원들이 열자 해수염안에 숨져 있던 마약(필로폰)이 확인됐다. 사진 관세청 제공

마약을 바른 엽서 우표. 사진 관세청 제공

# 2월엔 네덜란드에서 들어온 그림엽서에서도 마약이 발견됐다. 그림엽서 자체에는 마약의 흔적이 없었다. 문제는 엽서에 붙은 우표였다. 마약업자는 단속을 피하려 우표에 무색무취한 분말 형태의 환각제인 'LSD'를 골고루 바르는 수법을 썼다.

# 3월 인천세관은 미국에서 특송화물로 온 '수상한 통조림'을 발견했다. 쇠고기 수프가 들어있는 이 통조림을 뜯어보니, 호두과자 크기와 비슷한 뭉치가 7개 나왔다. 비닐로 꽁꽁 싼 이 뭉치를 뜯자 종이 포장이 나왔다. 종이 포장 안에는 비닐 포장이 두 겹 더 있었다. 포장을 모두 뜯어내자 누렇게 마른 대마초가 였다. 적발된 양은 416g 정도였다.

올 상반기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로 국내로 유입된 마약 적발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158건)보다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605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에 익숙한 젊은층으로 마약이 확산되면서 '소량 직구 방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조림 속에 숨겨진 마약. 사진 관세청 제공
정부는 올해 상반기 불법 마약 공급·투약사범 7565명을 검거하고 이 중 1138명을 구속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날 국무조정실은 외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검찰청 관세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과 공동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실시한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세관(관세청)에서 적발된 마약류 밀수는 662건으로 지난해 416건에 비해 59% 가량 증가했다. 특히 상반기 적발 건수가 지난해 한해 적발한 696건에 육박했다.

◆10~20대 해외 직구 증가 = 상반기 단속결과의 특징은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이용한 밀수 적발 건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 기간 항공 여행자를 통한 밀수는 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2건)의 1/5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국제우편을 통한 밀수는 137건에서 올해 512건으로 3.7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특송화물을 통한 밀수도 21건에서 93건으로 4.4배 증가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여행자를 통해 마약 밀수가 어려워지자 '비대면 밀수'로 쏠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해 소량(10g 이하)으로 마약류를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259건에 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7건이 적발된 것에 비해 286%나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지하웹(다크웹)·사회관계망(SNS)을 통해 해외에서 마약류를 직구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커피 크림안에 감춰졌던 마약. 사진 관세청 제공

실제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올해 1~6월 실시한 '마약류 유통 근절을 위한 상시단속 및 특별단속'결과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국수본은 상반기 마약 사범 5108명을 검거해 이중 997명을 구속했다. 검거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5084명)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지만 10~20대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검거된 마약 사범 중 20대가 33.3%(1699명)로 가장 많았고 30대(22.1%), 40대(17%)가 뒤를 이었다. 10대는 가장 낮은 비율(178명, 3.5%)을 차지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1.4%)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10~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21.7%에서 올해 36.8%로 대폭 증가해 인터넷과 SNS를 통한 마약류 구입이 쉬워짐에 따라 투약행위에 대한 거부감이나 죄책감도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약을 숨긴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 수법도 교묘해졌다. 흰색 분말인 마약을 소금으로 둔갑시키거나 우표 화장품은 물론 통조림에도 마약을 숨긴 사례가 있었다.

◆정부, 상반기에 마약사범 7565명 적발 = 또한 상반기 적발 인원 7565명은 지난해 같은 기간(6969명) 보다 약 8.6% 증가한 수치다. 양귀비 2만9833주, 헤로인 1210.26g, 필로폰(메트암페타민)·LSD·엑스터시 등 향정신성의약품 143.2kg, 대마초 49kg 등을 압수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약 177%, 대마초의 경우 약 227% 증가한 것이다.

특히 대규모 헤로인의 등장은 관련기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헤로인은 마약류 중에서도 의존도와 독성이 가장 강한 마약 중 하나로 꼽힌다. 모르핀보다 10배 정도 강한 중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세청의 헤로인 적발 현황을 보면 2016년 1건(2g), 2017년 3건(9g), 2018년 2건(8g) 등 소량이었으며 2019년과 지난해에는 적발된 사례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 1200g이 넘는 규모의 헤로인이 적발된 것이다.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156.5% 늘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유통이 늘면서 다크웹(특정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이나 SNS를 활용한 마약 유통도 증가세다.

정부는 환자·동물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과 취급부주의도 막기 위해 병·의원 등 204개소를 점검했다. 그 결과 의료용 마약류 불법사용(오남용), 마약류 취급보고 부적정 등 규정 위반이 확인(의심)된 병·의원 등 117개소와 관련 환자 91명을 적발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행정처분 및 관할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했다.

◆국제공조 강화 추세 =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관세기구(WCO)에 제안해 2월 초 전 세계 79개국 관세 당국 및 UN 마약범죄사무소, 인터폴 등 19개 국제기구가 3주간 함께 실시한 세계 합성마약 합동단속이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적으로 총 6700kg의 마약류가 적발됐다. 이 기간 국내에서는 국제우편 등을 통한 27.7kg의 마약류를 적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한국은 4월 열린 UN 경제사회이사회(ECOSOC) 관리 회의에서 유엔 마약위원회(CND) 위원국으로도 당선돼 2022~2025년 활동을 앞두고 있다.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은 "앞으로도 불법 마약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단속기관 간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국내 밀반입을 근절하기 위해 외국 수사기관과 국제공조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하반기에는 상반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좀 더 강도 높은 단속을 추진하고 효과적인 유입 차단 노력을 병행하여 국민이 마약으로부터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