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장중 1170원 돌파

2021-08-17 11:56:25 게재

경제지표 부진·아프간 사태로 달러화 강세

국내 증시 외국인 순매도 지속으로 악순환

원달러 환율이 1170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작년 9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한 주 동안 26.9원 올랐고, 연초 1082.5원보다 8%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의 부진한 경제지표 결과로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사태 등으로 인한 안전자산 수요가 이어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 수급 부담이 지속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0원 내린 1166.0원에 장을 시작한 뒤 바로 상승세로 전환해 오전 9시 20분 현재 1170.5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 확대로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며 "중국의 7월 산업 생산·소매 판매, 미국의 8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 등 경제지표 부진으로 인한 경기 우려가 아프칸 사태 등으로 높아진 금융시장 불안 심리와 더해지면서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 달러와 엔화에 강세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적 요인보다 반도체 업황 우려와 국내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따른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증가가 원화의 나홀로 약세를 부추겼다"며 "7월 중국 경제지표 부진 등 중국 경기둔화 우려와 더불어 17일(현지시간)파월의장 발언 및 18일(현지시간) FOMC 회의 의사록 발표 등 주요 이벤트가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 안정여부가 원달러환율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달러환율이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전거래일 대비 오름세로 출발했던 국내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순매도세는 확대되고 있다.

오전 9시 35분 현재 코스피는 3167.97로 전거래일보다 3.32p(0.10%) 하락했다. 외국인은 3012억원어치 순매도 중이다. 같은 시간 코스닥은 1026.56으로 전거래일보다 14.22p(1.37%) 내림세를 보이며 외국인은 771억원 순매도하고 있다. 원화 약세가 외국인투자자의 증시 매도를 부추기고 다시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견고한 1140~1150원의 저항선이 쉽게 상향 돌파된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환율 타겟은 1180~1190원으로 강달러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주 국내 증시전망에 대해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 주요 실물 경제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라며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가 재차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들 지표의 결과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한 연구원은 "경제 지표가 둔화되는 상황 속에서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불확실성이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며 "18일(현지시간) 공개되는 7월 FOMC 의사록에서 향후 테이퍼링 일정에 대한 단서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해당 의사록 공개 전후로 매크로 불확실성이 재차 확산됨에 따라 주식시장 내 위험선호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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