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체험학습’ 에필로그-국제해양문제연구소

"독도 중심의 '21세기 바다 인문학' 담론 시작해야"

2021-08-23 13:36:47 게재

‘독도는 우리 땅’ 교육방식 한계점…토론·체험형 현장교육 성과

“바다공간은 20세기 중반부터 에너지 자원과 광물자원의 보고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12해리 영해와 전관수역,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의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진 거죠. 이것이 1982년에 제정된 ‘국제해양법’인데 독도 역시 이 범주에 들어있는 것이고요” 정문수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장이 말문을 열었다.
더 이상 소극적이고 작은 주제가 아닌 좀 더 큰 담론에서 독도 문제를 진단하자고 말했다. 그래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해양영토와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바다인문학’을 강조했다. 왜 독도가 바다인문학 담론에서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하는지를 짚어나갔다.


“바다와 인간의 관계는 태초부터 현재까지 상호관계 속에서 역동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바다가 생명의 근원이며 지진과 기후의 결정자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며 “바다를 중심에 둔 과학적 발견, 바닷길을 개척한 사람, 상품과 문화, 종의 교환, 바닷길을 통한 지구화 등이 어떻게 발전하고 지속가능하게 되었는지 바다인문학에서 찾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세계 바다 공간을 둘러싼 담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바다의 탐험과 담론의 생산, 바다와 인간의 관계 역전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를 강조했다. 여기에 역사와 미래를 잘 버무려서 후손들이 독도를 비롯한 해양영토문제를 어떻게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 거대한 담론을 통해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다인문학의 역사 = 바다인문학은 천지해인(天地海人) 관계 연구의 필요성을 부른다. 바다인문학에서 바다는 모든 학문의 성과, 특히 바다와 관련된 물질세계의 연구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인다. 나아가 바다와 인간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현안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는 문학을 지향하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해양학계에서는 이를 ‘문제해결형인문학’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현재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분쟁에서 ‘인류세’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담아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생인류 조상이 아프리카대륙에서 각 대륙으로 이동을 시작한지는 7만년쯤이다. 이후 인류가 농경사회를 이루고 생활한지는 1만년 전 쯤으로, 바다가 없었더라면 인류는 존재할 수 없었다. 바다가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임을 증명하는 학설과 연구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바다가 지구의 생명 근원으로 불리는 이유에 대해 동양학문 역시 서양과 비슷하다. 동양 바다인문학에서는 ‘어머니 바다’로 표현하고 있다. 중국고대 사상가인 노자는 ‘최고의 선은 물(상선약수)’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이 바다이고, 지구의 모든 물은 바다로 귀속된다는 것(도덕경 66장). 이 표현에는 심오하고 넓은 철학적 사고와 정치적 해석을 품고 있다. 노자가 강조했던 이 글귀에는 화해와 용서, 공존과 미래를 품고 있다. 여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낮출 것’을 강조한다. 바다가 최고의 선이라는 ‘상선약해(上善若海)’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21세기 바다와 관련된 담론은 상선약해로 대변되는 최고의 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독도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들이 세계청소년들에게 ‘독도세계평화선언’ 메시지를 선포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3박 4일 동안 독도체험학습 일정을 마치고 해단식을 하는 체험단. 사진 전호성 기자

◆바다를 위협하는 인간의 삶 = 바다와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바다와 해양지각’이다. 해양 학자들은 판 구조론을 기반으로 바다 운동을 설명한다. 판구조론은 산맥의 형성 경위와 대륙의 이동에 대한 이유, 왜 태평양 주위를 돌며 화산과 지진의 둥근 고리를 만들어내는지 설명한다.

기상계의 조절기능도 바다의 몫이다. 바다는 거대한 온도조절 역할을 한다. 이는 지구기후 전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바다, 대륙, 지구기후 사이의 상호작용은 해류 확립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해류는 지구 전체에 걸쳐 인간 활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왔다.

해류를 잘 이용할 경우 바다는 고속도로다. 원거리 교역은 세계 바다연안을 따라 살아가는 인간에게 엄청난 문화적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바다를 통한 지구적 규모의 종의 교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람 물자 사상 종교 정보 식물상과 동물군 병균 등이 쌍방향으로 교환되면서 인간 존재의 지속가능성과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엘리뇨가 나타나면 동남아시아에서는 가뭄이, 남아메리카에서는 홍수가 발생한다.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와 북미대륙의 가뭄과 홍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 라니냐는 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5개월 이상, 0.5℃ 이상 낮게 계속되는 현상으로, 보통 엘리뇨가 끝나면 라니냐가 발생한다. 이때 동남아시아에서는 홍수가, 남아메리카에서는 가뭄이 발생한다.

해류와 바람은 인간의 노동과 경제활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육지의 낙타와 말보다 배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더 큰 역할을 해온 것이다. 따라서, 인간과 바다, 배에 대한 깊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다가 인간의 삶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조명하기위해서다. 이러한 것들을 ‘바다인문학’을 통해 좀 더 깊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소장은 “이른바 ‘콜럼버스의 교환’은 세계사에 엄청난 변화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의도하지 않은 전염병은 지구촌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었고, 인간의 삶의 일부를 지배하게 됐다”며 “인간에게 엄청난 문화적 영향을 미치는 바다는 지구적 규모의 종의 교환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해양환경도 바다인문학의 주요 의제와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간이 바다에 대한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하면서부터 관심이 커진 것이다. 과학발달에 따른 어획량 증가는 어업남획으로 이어졌고, 생태계 먹이사슬을 파괴하고 있다. 이는 향후 지구 전역에 걸쳐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로 다가오고 있다. 다음으로 해양오염과 부영양화 문제다. 폐플라스틱 화학오염물질 오수 농업침출수 가축분뇨 등이 바다로 쏟아지면서 오염물질 먹이사슬이 형성됐다. 어패류를 통해 인간 몸속으로 들어온 오염물질은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온실효과도 중요한 이슈다. 지구 대기권 내의 기온상승으로 극지방 빙원을 녹이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초기 인간을 위협했던 바다는, 오늘날 인간의 해양생태계 파괴로 관계역전을 경고하고 있다.

‘독도체험학습’ 후일담에서 김남일 전 독도수호대책본부장은 독도 행정업무 집행력 부실을 지적했다. 2008년 총리실 일반행정심의관실(독도영토 대책관)에 설치한 조직이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독도업무를 하는 것도, 안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음이 문제로 지적됐다. 총리실 업무는 독도 사업 규제와 간섭이 됐다는 것. 실제 독도에는 배가 정상적으로 접안 할 수 있는 방파제나 부두시설이 없다. 공무를 위한 행정선이나 관광용 선박은 어선이 파도를 피하는 간이시설(물양장)을 이용하는 수준이다. 관련 업무를 추진하는 지자체나 기관들이 총리실의 업무추진력을 비판하는 이유다. 공무원들의 독도 행정업무 경직성도 지적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공무원들의 경직성과 행정편의주의가, 바다 접근성을 더 위험하고 불필요한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독도체험학습의 지속성과 교과서에 독도 근현대사 내용을 충실하게 채워야 하는 이유에는 모두 공감했다.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인문한국 플러스사업 아젠다인 <바다인문학: 문제해결형인문학> 과제(2018~2025년)를 수행중이다.

정문수 국제해양문제연구소장은 “바다인문학은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으로, 인간과 바다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과정”이라며 “이번 독도 탐험은 학생들의 참여와 창조적 해석을 통해 독도를 깊이 이해했다는 점에서 매우 참신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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