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정상외교 재개됐지만 4강 정상회담은 '감감'

2021-08-24 11:10:03 게재

25일 한·콜롬비아 정상회담

UN계기 한미회담 불투명

자민당 총재 선거 앞두고

한일정상회담도 기약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내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주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코로나 사태 이후 중단됐던 정상간 대면 외교가 재개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 4강들과의 대면 정상외교는 여전히 요원하다.

당장 오는 9월 문 대통령의 UN총회 참석과 이를 계기로 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UN은 회원국 정상들이 사정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 참석을 선택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미국이 전면 비대면 회의 개최를 제안하고 나선 탓이다.

외신에 따르면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UN 주재 미국 대사는 최근 192개 회원국에 "제76차 유엔총회에 정상이나 고위급 인사를 보내는 대신, 가급적 녹화된 화상 연설을 보내 달라"며 "다른 모든 유엔 행사나 회의도 온라인으로 치르자"고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UN 총회가 열리는 뉴욕 시민 등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아프카니스탄 사태로 인해 UN총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당초 청와대는 올해 문 대통령의 UN총회 대면 참석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달 초에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뉴욕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 대통령의 UN총회 참석을 위한 사전답사용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올해 UN총회에 참석하면 비대면으로 축소된 지난해를 제외하고 임기 중 사실상 매년 UN총회에 참석하게 되는 것인데 이는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하게 되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포괄적 대북전략을 구체화하는 논의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올해는 남북한 UN동시가입 30주년이 되는 해로 문 대통령이 마지막 UN총회에서 대북문제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UN총회가 비대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문 대통령의 UN참석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물건너갈 공산이 커졌다.

일본과의 정상외교는 더욱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사법부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악화된 한일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난 6월 G7 정상회의, 지난달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됐던 한일 정상회담은 번번이 무산됐다. 도쿄올림픽 계기로 한 문 대통령의 방일이 불발된 후 청와대는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양국간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실무협상을 지속해나갈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일본의 복잡한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당분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본은 9월 중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예정돼 있다. 중의원 임기 만료일인 10월21일 이전 중의원 선거도 치러야 한다. 코로나 악화 등 잇단 악재로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운 스가 총리로서는 한일관계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감감무소식이다. 당초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다. 시 주석의 방문은 사드 배치 이후 불편했던 한중관계가 완전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고 푸틴 대통령도 방한 의사를 밝혔지만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문 대통령은 25일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관계 발전 방안, 포스트 코로나 실질협력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콜롬비아는 북미와 남미,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가교국가이자 멕시코, 페루, 칠레 등이 참여하는 중남미 자유무역 블록인 태평양동맹의 올해 의장국이기도 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두케 대통령의 방한과 한·콜롬비아 정상회담이 중남미 지역으로 외교 지평을 넓히고 외교를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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