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창경 한양대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삼성전자 최대 리스크는 파운드리"

2021-08-24 13:30:23 게재

TSMC·인텔과 삼각구도로 새로운 도전 직면

삼성은 플랫폼 없어 … SW와 HW 연결 필요

삼성전자는 지금 폴더블폰(화면을 접는 스마트폰)이나 디자인 개발에만 올인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창경(사진)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접고 펴는 스마트폰 개발에 전념하느라 3~4년 보내는 동안 애플은 자체 모바일 중앙처리장치(AP)를 설계해 아이폰에 탑재했다"며 "구글도 텐서라는 자체 모바일AP를 설계했고, 중국 업체들은 환골탈태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발 겉모습에 집착하지 말고,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의 통합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초격차' 전략을 유지해온 삼성전자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우려한 제언이다.

실제로 5G스마트폰 중저가시장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고, 애플은 프리미엄시장에서 이미 삼성보다 몇 발자국 앞섰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선 세계 1위 TSMC가 삼성과 격차를 더 벌리고 있고,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의 운명을 쥔 최대 리스크는 '돈먹는 하마' 파운드리"라며 "애플 퀄컴 인텔 등 최첨단 반도체 기업들은 5나노미터(nm)이하 공정으로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서 TSMC와 대등한 수준이 되려면 수년간 수십조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TSMC는 2022년 하반기까지 아이폰14용 3nm 칩을 양산할 예정"이라며 "7nm의 아이폰11에서 5nm 아이폰12로 전환됐을 때 성능은 15% 향상됐고 전력은 30% 절약됐다. 진짜 넘사벽 아이폰14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패권을 찾아오겠다고 공언해왔고, 막대한 현금과 기술력을 지닌 인텔은 팻 겔싱어까지 CEO로 영입했다"며 "삼성전자가 TSMC와만 경쟁하던 때와 인텔까지 들어와 경쟁하는 삼각구도는 완전히 다른 판도"라고 진단했다.

또 엔비디아 CEO 젠슨 황·AMD CEO 리사 수는 대만 출신으로, 지금 시스템반도체는 공고한 대만 카르텔이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김 교수는 "2017년 5월 뉴욕타임즈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었다"며 "다섯개의 판자(플랫폼)가 망망대해에 떠있는데 우리가 하나만 선택한다면 무엇일까? 라는 기사였다. 기사에서 뉴욕타임즈 기자는 아마존 판자에 앉아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페이스북 없으면 트위터 하면 된다. 구글 못쓰면 MS 빙으로 검색할 수 있다. 애플폰 없으면 삼성폰 쓰면 된다. 그런데 아마존 없으면 못 산다는 의미"라며 "아마존 알렉사를 통해 우리집 화장지가 언제 떨어지는지 알아서 미리 주문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를 삼성전자에 적용할 경우 삼성폰 없으면 아이폰 쓰면 되고, 삼성냉장고 대신 하이얼냉장고, 삼성반도체 못 사면 하이닉스반도체, 삼성 5G장비 없으면 에릭슨 장비 사면 된다"며 "우리에게 없으면 못 사는 제품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카카오톡"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플랫폼의 무서움"이라며 "삼성은 제품만 있고 이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삼성전자 각 사업부는 각자도생에 익숙해 4차산업혁명의 가장 큰 화두인 '연결'이 안된다"며 "이 부분을 해결해야 삼성전자를 믿는 국내 500만명 소액주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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