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1번지 폴리텍Ⅱ대학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부터 AI(인공지능) 신기술까지

2021-08-31 13:00:42 게재

'K-직업기술교육' 50년 …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국민과 함께하는 '평생직업능력개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 중장년들이 실업난을 겪으며 평생직업능력개발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후 청년실업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으며 직업교육이 대안으로 부각됐다. 코로나19로 좁아진 취업문을 여는 핵심 키(Key)로 다시금 전문기술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 직업기술교육 1번지, 한국폴리텍Ⅱ대학이 주목받는 이유다.

AI융합소프트웨어과 재학생들이 AI기초교육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폴리텍Ⅱ대학 제공


1960년대 국내 직업기술 교육환경은 척박한 불모지였다. 누구 하나 기술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 힘들게 배운 기술을 남에게 쉽게 알려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1968년 비로소 국제기구 원조를 통해 '중앙직업훈련원'(현 한국폴리텍Ⅱ대학 인천캠퍼스)이 설립됐다. 대한민국 직업기술교육의 시작이다. 이후 한국폴리텍Ⅱ대학은 50여년 동안 뿌리산업과 국가기간·전략산업 분야 전문기술인력 약 20만명을 양성해 대한민국 사회경제 발전에 기여해왔다.

한국폴리텍Ⅱ대학은 경인지역 3개(인천·남인천·화성) 캠퍼스와 1개의 교육원(광명)을 운영 중이다. 여타 대학과 다르게 2년제 학위과정부터 학위전공 심화과정(4년제 공학사), 전문기술과정, 하이테크과정, 기능장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재취업자와 직무향상을 위한 재직자 대상 비정규훈련도 실시한다. 청년부터 고령자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전공 무관,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배움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대한민국 직업기술교육의 테스트 베드 = 한국폴리텍Ⅱ대학은 매년 선제적으로 학과신설 및 개편을 단행한다. 이는 평소 산업현장 전문가와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산업동향과 기업수요를 예측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5년 간 학과개편에만 110억여원을 투입했다. 금형 표면처리 등 전통적인 뿌리산업부터 AI(인공지능)+x에 이르기까지, 기술교육 인프라 혁신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8년 12월, 전국 최초로 개관한 '러닝팩토리'(Learning Factory)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해 만든 것이다. 기존 단일전공과 학과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과 간 융합실습 비중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융합형 인재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 개소 후 전국의 기업 대학 중·고교에서만 1만명 이상이 방문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판 뉴딜정책에 맞춰 AI교육 확산에도 앞장섰다. 지난 6월 시작한 AI융합소프트웨어과 재학생 대상의 AI 기초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16시간에 걸쳐 블록 코딩, 프로그래밍 실습, 피지컬 컴퓨팅, 파이썬 프로그래밍 등 AI 친화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AI융합 공통교과 개설도 검토 중이다. 디지털 뉴딜의 핵심인 AI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한국폴리텍Ⅱ대학은 테스트 베드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고교생, 비전공자, 인생2막 장년층 등 다양 = 김동희(24·남)씨는 고교 졸업 후 조선소에서 배관취부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6개월의 위탁 교육생 신분과 1년여 기간 경험을 쌓은 김씨는 인천캠퍼스 산업설비자동화과(2년제 학위과정)에 지원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의 결과였다.

로봇자동화용접 특수용접 등 산업플랜트 계열에서부터 설비플랜트 계열까지, 몸소 체험한 전공별 이론교육과 실무중심 실습은 김씨의 불안을 확신으로 바꿨다. 재학기간에만 산업안전기사 등 3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열의로 가득찬 교수진과 동기들은 실의에 빠져 흔들릴 때마다 큰 버팀목이 돼주었다. 졸업 후 김씨는 하이트진로에 취업해 공무설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경희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김리나(26·여)씨는 학부 시절 미국 국제문제연구소와 UN국제기구(동티모르)에서 인턴십 등 다양한 국제경험을 쌓았다. 이 기간 통계와 데이터 분석 업무에 김씨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러한 관심은 광명융합기술교육원 데이터분석과(하이테크과정) 입학으로 이어졌다. IT분야로의 전공 전환은 김씨에게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경진대회 동상 수상과 고용노동부 주관 창업아이템 경진대회 본선 진출, 관련 자격증 취득 등 그의 땀과 열정이 결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료 전에 김씨는 금융 대기업 2곳에 최종 합격해 현재 우리금융그룹에서 IT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이병주(53·남)씨는 지난 20년 간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설계업무를 담당하고 퇴직했다. 아직 50세 초반의 일할 수 있는 나이. 무턱대고 새로운 일에 도전만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씨는 화성캠퍼스 스마트전기과(전문기술과정)에서 자신의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입학 후 목표는 전기기사 취득과 취업이었다. 이씨는 상대적으로 어린 학우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늦게까지 남아 더 많이 실습을 했다. 결국 수료 전 목표를 달성해 티엠에스엔에서 전기시설 유지보수 엔지니어로 새로운 인생2막을 시작했다.

◆10명 중 8명 취업, 90% 이상 취업 유지 = 지난해 말 발표된 '2019년도 대학정보공시' 기준, 한국폴리텍Ⅱ대학 학위과정 취업률은 82.4%다. 이는 전문대 취업률 평균 71.6% 대비 약 11%p나 높은 수치다. 양질의 일자리 여부를 알 수 있는 취업유지율은 90.3%에 이른다. 취업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십중팔구(十中八九)다.

한국폴리텍Ⅱ대학은 9월 10일부터 2년제 예비 전문기술인 모집에 나선다. 자세한 안내는 인천캠퍼스, 남인천캠퍼스 홈페이지나 유선으로 문의 가능하다.

[관련기사]
[인터뷰 | 이상호 한국폴리텍Ⅱ대학 학장] 학위보다 취업, '좋은 일자리'로 졸업
폴리텍Ⅱ대학의 '4교 4색' 캠퍼스, 특성학과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