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공백·정치공방 … 불안한 경기 산하기관
경기TP·관광공사 등
대표자 장기간 공석
비방·성비위 잇따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들이 흔들리고 있다. 장기간 기관장이 자리를 비운 곳도 있고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경기지사를 돕기 위해 임원들이 자리를 떠나 공백이 생긴 곳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직장 내 성비위 사건과 임원 채용문제 등으로 산하기관들이 잇따라 구설에 휘말리면서 조직 내 불안감 커지고 있다.
31일 경기도와 산하기관들에 따르면 현재 기관장급이 공석인 도 산하기관은 경기관광공사와 경기테크노파크,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월드컵재단·사무총장) 3곳이다. 이들 세 곳 모두 법적 절차상의 문제는 없지만 정치적 논란 속에 기관장 임명을 못했거나 사임했다.
경기관광공사는 지난해 말 유동규 전 사장이 개인 사유로 중도 사직한 뒤 공석이 된 사장 선임을 위해 지난 7월 공모 절차를 통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신임 사장에 내정했다. 그러나 황씨에 대해 정치권과 이낙연 민주당 경선후보측에서 '보은인사' '친일' 문제를 제기했고 황씨가 '일베식 친일프레임으로 한 전문가의 생명을 끊으려한다'며 '이낙연의 정치생명을 끊는 데 집중하겠다'고 언급,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결국 양측의 사과로 갈등이 마무리됐지만 황씨는 정치적 파장 등을 이유로 지난 22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사장 공백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내정자 사퇴는 처음인데다 관련규정도 없어 (사장 선임 문제와 관련해) 이렇다 할 방향을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재단 사무총장 자리도 최근 공석이 됐다. 정의찬 전 사무총장이 24년 전 상해치사죄로 실형을 받고 복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자 지난 26일 사표를 냈다. 정씨는 지난 2002년 12월 특별사면·복권됐고 이후 더불어광주연구원 사무처장, 광주 광산구청 열린민원실장, 경기도지사 비서관 등을 거쳐 올해 4월 재단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경기테크노파크 원장도 공석인 상태다. 도는 지난 2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오성규씨를 신임 원장후보로 잠정 결정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의혹을 받는 오씨 선임에 여성단체 등이 반대하며 논란이 일었고 결국 지난 5월 후보직을 사퇴했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은 지난 7월 1일 이 지사 대선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퇴임한 강위원 전 원장의 뒤를 이어 안대성씨를 신임 원장으로 선임했다. 올해 초 공석이 된 경기콘텐츠진흥원장 자리에는 지난달 12일 민세희 전 랜덤웍스 대표가 선임됐다. 이들 새 기관장은 내년 도지사 선거 결과에 따라 '임기 1년'도 못 채울 수 있다.
일부 산하기관에서는 내부 비방글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와 해당기관에 법적대응에 나섰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최근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경기도는 이미 채용비리 왕국'이란 제목의 글을 올린 사람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글쓴이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란 직장명은 공개했으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도 지난 23일 블라인드에 '사장이 이재명 지사의 대선공약을 만들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익명의 직원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GH 관계자는 "게시글이 전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어서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7월 21일 직장 내 성비위 사건이 접수돼 법에 따라 여성가족부에 즉시 통보하고 피해자 의사에 따라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재단은 가해자를 직위해제하고 전 직원 직장 내 괴롭힘사건 전수조사, 피해자 구제와 회복 지원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기도의회 한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문화예술관광 분야 산하기관은 업무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기관장 공백, 임원 채용문제를 둘러싼 정치공방 등으로 직원들이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결국 도 산하기관 리스크는 도지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도 공공기관들에 대한 관리감독과 직원과의 소통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