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븐일레븐, 매출 줄자 택배시장 진출
'편의점 왕국'의 상징, 지난해 창업후 첫 역성장 … 코로나19로 일본 유통시장 급격한 변화 반영
일본 편의점 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 재팬은 최근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국의 2만1200여개 편의점에서 택배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도쿄와 홋카이도, 히로시마 등 일부 지역에서 550여개 점포 정도가 택배서비스를 벌이고 있는 데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주로 취급하는 품목은 식품과 일용품 등 3000여 가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 측은 우선 편의점에서 반경 500미터 정도를 대상으로 하면서 수요가 늘어나면 배달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달이 가능한 시간은 저녁 11시까지로 상정하고 있고, 주문이 가능한 금액은 1000엔(1만600원) 이상이다. 배송료 330엔(3500원)은 별도로 부과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이미 일본 10개 안팎의 물류업체와 연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세부적인 계획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카 류이치 세븐일레븐 대표이사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점포는 상품을 파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재고를 보관하는 장소의 기능도 한다"며 "우리는 창고 등 새로운 대규모 설비투자가 없이도 단시간 내에 관련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의 이번 택배시장 전면 진출은 일본 편의점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풀이다. 최근 수년간 편의점 업계는 안팎의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판매가 음식과 식재료 등 기초적인 일상 생활용품으로 확산하면서 편의점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내 편의점 8개사의 총 매출은 11조886억엔(117조5400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6% 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세븐일레븐도 1974년 창업이래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이 줄었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1974년 15개 점포에서 7억엔의 매출액을 올린 이후 2019년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2019년 매출은 2만955개 점포에서 5조102억엔(53조1080억원)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과 이에 따른 외출 자제 등의 영향으로 매출은 2만1167개 점포에서 4조8706억엔(51조6283억원)으로 2.8% 줄었다. 점포는 소폭 증가했지만 매출은 줄어든 셈이다.
이에 비해 온라인 판매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판매는 12조2333억엔(129조6730억원)으로 편의점 업계 매출총액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미 아마존이 2000년 일본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 매출 1조7000억엔으로 늘었고, 라쿠텐과 야후 쇼핑 등 일본의 온라인 판매업체도 급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우버가 2016년 일본에 진출해 올해 5월 현재 전국 35개 도시에서 10만개의 음식점과 연계해 배달을 확대하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쿠팡도 지난 6월 도쿄의 시나가와구를 중심으로 음식과 신선식품 등 320여개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해 일본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처럼 온라인 주문을 통한 배달시장의 급속한 성장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과 대형 쇼핑몰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속속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고 있다. 같은 편의점 업체인 로손은 현재 전국 32개 지역 2000여개 점포에서 진행하는 택배업무를 올해 말까지 3000여개 점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최대의 쇼핑몰인 이온도 자회사 이온비트컴을 설립해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맥도날드도 올해들어 요미우리신문 배급소와 연계해 햄버거 등의 배달을 시작했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편의점 업계의 택배시장 진출에는 과제도 산적했다는 분석이다. 당장 간단한 식품과 생활잡화 등 품목이 제한적이어서 일정한 주문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음식물은 우버이츠에 밀리고, 채소와 주류 등은 대형 슈퍼에 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편의점이 일정한 규모의 배송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물류업체의 차량 가동률이 떨어질 리스크가 크다"면서 "편의점에 맞는 소량의 물품을 배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