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속도 '금융회사 경쟁력'에 직접 영향

2021-09-01 11:45:32 게재

은행, 비대면 대출잔액 84조

모바일앱 순이용자 격차 커져

"은행 간 경쟁력 격차 확대"

금융회사 서비스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처리 가능해지면서 디지털 전환 속도가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예금보험공사가 발간하는 '금융리스크리뷰' 여름호에 실린 보고서 '금융의 디지털전환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은행권의 비대면 대출 잔액은 올해 3월말 기준 약 84조원으로 2016년말 22조원과 비교하면 280% 가량 증가했다. 예금 가입도 시중은행의 경우 온라인을 통한 가입 비율이 약 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출금·이체의 경우 인터넷뱅킹을 통해 처리되는 금액 비중이 66%까지 증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3월말 기준 14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고 원화예수금은 25조원에 달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원화예수금 규모는 지방은행 중 광주은행(21조원), 전북은행(15조원), 제주은행(5조원)을 뛰어넘었다.

이소영 예보 선임조사역은 보고서에서 "이는 범용적 플랫폼과 연계한 상품 경쟁력 및 고객친화적인 모바일 앱에서 오는 강점을 적극 활용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도 독자적인 모바일앱을 구축해 영업채널로 활용하고 있지만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모바일앱의 활동성을 나태는 대표적 지표인 월간 순이용자수(MAU)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주요 은행별 MAU는 1위가 1090만명인 반면 5위는 348만명으로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모바일앱 활용도 차이는 고객자금 유치와 금융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이 2019년 10월 오픈뱅킹(한 개 앱에서 모든 은행계좌 거래) 실시 이후 은행의 자금 유출입 동향을 분석한 결과, 유의미한 규모의 자금 순유입을 기록한 은행은 2곳에 그쳤다. 대다수 은행은 유의미한 자금 유입이 나타나지 않거나 자금 유출을 경험한 은행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선임조사역은 "이러한 은행 간 자금 유출입의 차이는 앱의 편의성 및 은행별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 등으로 단순 이체뿐만 아니라 자산관리까지 모바일 프랫폼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은행 간 디지털 채널 활용도 차이에 따른 경쟁력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업권의 비대면 예금 잔액은 올해 3월말 기준 약 21조원으로 2016년말 약 7조원과 비교하면 200% 가량 증가했다. 전체 예금 중 약 29%에 해당한다. 비대면 대출잔액은 약 15조원으로 2016년말 6조원과 비교하면 150% 가량 증가했다. 전체 대출 중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도 대형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디지털화가 진행 중이지만 자금력과 전문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는 중소형 저축은행과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중소형사의 경우 이를 극복하고자 핀테크·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와 연계해 대출 비교서비스에 참여하거나, 플랫폼 전용 비대면 대출상품을 출시해 비대면 고객 접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빅테크의 대출비교 플랫폼에 제휴기관으로 참여한 금융회사 중 저축은행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2016년 3월부터 비대면 계좌 개설 등이 가능해지면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냈다.

영업점에서 수행하는 주식매매 거래 비중은 2014년 37%에서 지난해 14%로 줄었다. 현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거래 비중은 73%에 달한다.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최근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전산 장애가 잇따라 발생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고서는 "전산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투자자 불만이 누적될 경우 고객 이탈로 해당 증권사의 영업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특히 빅테크 기업이 사용자 편의성이 제고된 MTS를 개발해 주식 브로커리지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어서 증권사간 고객 이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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