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신기술 제품 6년 지나면 '우선구매' 어려워

2021-09-01 11:09:50 게재

국가계약법, 수의계약 6년 제한해 판로지원법과 충돌 … "중기 신기술 오히려 차별" 지적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Y산업은 건설신기술을 적용한 아스콘을 수의계약 형태로 울산시에 납품해 왔다. 하지만 올해 2월 신기술 제품에 대한 수의계약 가능기간인 6년이 넘어 계약을 하지 못하게 됐다.

울산시는 이 제품이 탄소저감 효과가 있고 가격도 저렴해 계속 사용하기 위해 부산조달청에 계약방법을 문의했다.

조달청은 '신기술 제품은 경쟁자가 없어 경쟁입찰이 안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울산시나 Y산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에서 필요한 도로포장이 수 개월간 지체되고 있다.

수의계약도 안되고 경쟁입찰도 안되는 모순된 상황에 대해 Y산업 측은 "현행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과 국가 및 지방계약법 관련 조항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판로지원법에는 중소기업 신기술(NET)개발제품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신기술 보호기간 동안 '우선 구매'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 및 지방계약법에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로 '중소기업이 신기술을 이용해 만든 제품'을 포함시켜 원할하게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문제는 그 기간을 최대 6년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기술 보호기간은 관련 업종에 따라 짧게는 6년에서 길게는 13년에 이른다.(표 참조)

국토교통부가 지정하는 건설신기술은 보호기간이 3~8년에 1~3년 추가연장이 가능하다. 환경부의 환경신기술은 8+5년, 행안부의 방재신기술은 5+7년 한도 내에서 보호된다. 보호기간이 다른 것은 업종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신기술 보호기간, 즉 우선 구매 지원기간이 이처럼 다양한 데도 수의계약 기간을 일률적으로 6년으로 제한하면서 지자체에서 구매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Y산업의 아스콘도 보호기간이 13년으로 아직 7년이나 남아 있지만 울산시가 우선 구매할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조달을 대행해야 할 조달청은 "계약법은 기재부 소관이라 모르겠다"며 손을 놓고 있다.

◆대기업 신기술 수의계약기간 더 길어 = 부울경 신기술사업협동조합(이사장 이한욱)은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에 '국가계약법과 판로지원법 불일치 개선요청'을 했다.

이한욱 이사장은 "신기술 제도를 주도한 산업통산자원부 신기술 보호기간이 최대 6년이다 보니 수의계약 기간도 6년으로 된 것 같다"며 "다양한 부처에서 신기술 제도를 도입한 상황에서 관련 보호기간(우선구매 기간)과 수의계약 기간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은 신기술 관련 수의계약 조항이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가 및 지방계약법은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로 △특허공법과 각종 신기술을 적용한 '공사'와 △중소기업이 신기술을 이용해 만든 '제품'을 명시하고 있다. 앞의 신기술 공사의 경우 대기업도 적용 대상으로 수의계약 기간을 '신기술 보호기간'으로 규정한 반면 중소기업 신기술 제품은 최대 6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한욱 이사장은 "보호해야 할 중소기업 신기술에 대해 오히려 차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요청 사항에 대해 조달청 등에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법 개정 사안이기에 관계 부처와 중소기업계 의견을 청취해 보겠다"고 말했다.

차염진 김형수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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