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이른 은퇴, 구인난 심화 전망

2021-09-10 11:51:15 게재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 조사

미국인들이 이른 은퇴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뉴욕 연은)이 지난 7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약 1300명의 가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세 이상까지 일하겠다'고 답한 응답 비율은 50.1%였다. 올해 3월 같은 조사 51.4%에서 하락했다. 50.1%는 뉴욕 연은이 201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반대로 말하면 미국 성인의 절반은 62세 이전에 은퇴할 것을 계획한다는 의미다. 또 '67세를 넘어도 일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32.4%로, 이 역시 3월 조사(32.9%)보다 하락했다. 미국 경제매체 '인사이더'는 8일 "이는 노동자들에게 좋은 소식일 수 있지만 미국 경제엔 인구변동의 도전과제를 던진다"고 전했다.

미국 노동통계청(BLS)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2월 이후 100만명 이상의 고령층 노동자가 일터를 떠났다.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 때문에 일을 계속 할 의사가 꺾였다는 점이다. BLS 일자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대략 150만명의 미국인들이 '일터를 떠난 주요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라고 꼽았다. 전달인 7월 수치와 비슷했다.

또 다른 이유는 매력적인 일터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서비스업계에서 노동력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구인구직사이트 '집 리크루터'의 노동경제학자 줄리아 폴락은 "노년층 노동자들이 일자리의 질에 머뭇거리다 이른 은퇴를 결정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 급등으로 자산이 늘어난 상황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른 은퇴를 결정토록 한 요인이다. 지난달 피델리티 자산운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최소 100만달러 이상의 직장퇴직연금(401k)과 개별 은퇴연금을 보유중인 사람은 75만400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다. 또 전체 노동자의 401k 평균 수령예상액은 전년 대비 24% 오른 12만9300달러, 개별 은퇴연금은 21% 오른 13만4900달러였다. 인사이더는 "이같은 데이터는 이른 은퇴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특이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됐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른 은퇴 흐름은 미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20년 동안 고용주들은 노장년층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의존하게 됐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00년 이후 55세 이하 노동자들의 고용은 거의 제자리인 반면, 55세 이상 노동자들의 고용은 2000만명 가까이 늘었다.

그동안 증가세였던 고령층 노동자들이 속속 은퇴한다면, 고용주들은 이를 대체할 노동자를 찾아야 한다. 기업들의 구인난은 이미 벌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7월 미국 구인수는 1090만명으로, 5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110만명의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구인난은 심화됐다. 인사이더는 "고용주들이 노동자를 충원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용주들은 고령층 노동자들의 공백을 젊은 노동자들로 메워야 한다. 아니면 로봇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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