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대응 교통전환

탄소중립, 수송 부문도 수요관리가 필요하다

2021-09-13 13:06:22 게재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에만 집중하면 한계 … "에너지 기후변화 미세먼지 통합 정책 추진해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에너지뿐만 아니라 수송 부문에서도 수요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적은 양으로 더 많은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자연히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양도 줄어든다.

우리가 탈탄소사회로 간다고 해서 종전 경제 활동량 자체를 줄일 수는 없기 때문에 에너지효율 향상과 수요관리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수송 부문도 이 같은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 2050 달성을 위해 수송부문 수요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 서초구 잠원IC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상(왼쪽)·하행선의 모습.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역부족"이라며 "수송 부문에서도 에너지처럼 자동차 통행량 수요관리를 하지 않으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 안에도 수송 부문 수요관리가 포함됐다. 세개의 시나리오별로 비중이 다르지만 2050년 수송 부문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97.1~88.6%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친환경차 보급 확대는 물론 수요관리가 필수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계는 도시교통정책 패러다임 전환 중 = 수송 부문에서 뿜어내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도로(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95.6%로 제일 높다. 나머지 철도(1.8%) 항공(1.6%) 해운(1.0%) 분야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수송부문 대책의 상당부분은 자동차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수송 부문 탄소감축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와 수요관리다. 수송 부문 수요관리라고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개인 승용차를 타고 다니기 불편하도록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도시교통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이동 효율에만 치중한 교통정책은 도시지역에서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 증가, 도시민의 건강악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통행 자유를 제한하고 대중교통, 보행, 자전거 통행을 지원하는 제도와 시설을 도입한 지 오래다.

게다가 최근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등이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면서 세계 주요도시들은 이른바 '그린뉴딜 교통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2019년 4월 기후위기 대응 교통정책 계획을 포함한 'OneNYC 2050'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시는 뉴욕 시민들이 자동차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지속가능한 교통 옵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대중교통 도보 자전거를 확장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혼잡통행료 도입과 도심전역에 보행자 구역 시범 운영 등의 계획을 밝혔다.

혼잡통행료는 대표적인 수요관리 정책 중 하나다. 도시 중심부의 교통량을 줄이고 대기환경 보존을 위해 특정 교통혼잡지역을 통과하는 차량으로부터 일정한 요금을 걷는 제도다. 영국 런던과 스웨덴 스톡홀름, 싱가포르 등에서 실시한 지 오래다.

특별대책지역이나 저오염배출지역(LE

Z, Low Emission Zone) 지정 등도 수송 부문 수요관리 정책의 하나다.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조치다. 독일 베를린은 오염물질 과다 배출 차량에 과태료 부과 또는 진입 제한을, 청정차량에는 인센티브를 준다. 함부르크 시는 노후경유차 도심 특정구간 운행금지 제도를 시행 중이다.

◆제도 실효성 높이는 방안 고민 = 이쯤 되면 두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나는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의문은 이미 우리나라도 도입한 제도들인데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이규진 아주대학교 TOD(대중교통 지향형 도시개발 방식)기반 지속가능도시교통연구센터 교수는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각종 오염물질은 연료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물질별로 유기적인 관계(배출물질간 동조화 현상)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향 때문에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크게 다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에너지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세 가지 정책을 통합적으로 함께 추진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간단하게 얘기하면 에너지 정책 목적은 연료 사용 감축이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정책은 연료가 연소되면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것이므로 결국은 연료를 덜 쓰거나 전기로 전환돼 효율을 높이면 세 가지가 함께 관리가 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우리나라도 혼잡통행료 제도를 1990년대부터 시행 중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사실상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LEZ 정책도 도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을 했다. 제도 실효성을 높이는 부분에 중점을 둬야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에서야 서울시를 중심으로 LEZ를 시행했고 남산터널 혼잡통행료도 오랜 기간 동일한 요금을 유지해왔다"며 "제도만 있을 뿐 효과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전역으로 혼잡통행료나 녹색교통진흥지역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비수도권간 대중교통 수단분담률 편차 줄여야 = 수송 부문에서 제대로 된 수요관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는 필수다.

송 정책위원장은 "우선은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대중교통에 국한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생활권 안에서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대중교통 보급이 잘된 편이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다. 광역권 안에서도 편차가 심한 편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월간 교통'(2020년 9월호)에 실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교통부문 그린뉴딜정책 수립방안' 저널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은 65%대지만, 국가 전체를 보면 현격히 떨어진다.

국토연구원의 '국토 9월호'에 실린 '교통수요 관리와 친환경 공공교통수단을 통한 탄소중립실현' 저널에 따르면 전국 시도별 승용차 수단분담률 평균은 67.2%(2018년 통행량 기준)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56.9%, 비수도권은 76.3%로 분석됐다. 이는 역으로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이 수도권은 40%대지만 비수도권은 20%대에 불과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교통수단분담률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의 분포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통행할 때 하루 중 이용하는 교통수단의 분포를 비율로 나타낸다.

송 정책위원장은 "사실 교통 수요관리 방안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지만 너무 멀리 돌아온 것 같다"며 "최근 탄소중립 때문에 수송 부문 수요관리에 대해 얘기를 하지만 불과 몇개월 전만 해도 미세먼지가 화두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이슈나 정치적 성향 등에 맞춰 정책이 변화해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탄소중립 방향성에 흔들림이 없어야 정책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