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코인 시장, 질서 있는 퇴출 예상"

2021-09-23 11:27:35 게재

ISMS 인증조차 신청 안한 거래소 대부분 폐업 … 인증 심사 중인 13곳 영업중단 또는 중단 공지

법적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가상자산(코인)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은 24일까지 29개 거래소가 신고를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정 확인을 받은 거래소 4곳(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이 원화마켓(코인과 원화 간 거래)에 대한 신고를 마쳤으며 실명계정 없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만 받은 플라이빗은 코인마켓(코인 간 거래)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했다.
금융위-금감원, 코인거래소 동향 점검회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기한(24일)이 임박한 가운데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합동으로 가상자산사업자 동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ISMS인증을 받은 업체 1곳이 23일 추가되면서 24일까지 코인마켓 신고가 예상되는 업체는 24곳으로 늘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신고를 위해 FIU에 사전상담을 진행해왔으며 상담을 진행하지 않은 2~3개 업체에 대해서는 FIU가 상황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은행의 실명계정 발급 확인을 받지 못한 거래소들은 일단 코인마켓만 열어놓고 영업을 하면서 자금세탁방지 등과 관련한 안전성을 인정받은 이후에 은행들과의 협상을 통해 실명계정을 발급받아 원화마켓으로 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고팍스, 실명계정 추가 확보하나 = 코인거래소 고팍스(가입자 56만명)는 은행과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며 24일 전까지 실명계정 발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팍스는 원화마켓에 대한 조건부 종료를 고객들에게 공지한 상태다. 고팍스가 실명계정을 확보할 경우 코인거래소 시장은 빅5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고팍스의 가입자수는 빅4 중 하나인 코인빗(17만명)을 앞서고 있다.

ISMS인증 신청조차 하지 않은 거래소 24곳 중 23곳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이고 1곳은 24일 영업종료를 공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질서 있는 퇴출 시나리오가 예상대로 진행 중"이라며 "아직까지 투자자 피해 신고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거래소 1곳은 이달 17일까지 영업종료 공지를 하지 않고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돼 FIU는 국무조정실과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즉시 정보를 제공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IP차단 등을 통해 국내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막을 예정이며, 불법적인 거래가 발생할 경우 국제 형사공조 등의 수순을 밟게 된다.

ISMS인증을 신청했지만 획득하지 못한 13개 거래소들도 영업종료를 공지했거나 이미 영업을 중단한 곳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ISMS인증을 획득한 이후 코인마켓에 대한 신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정대로 신고가 이뤄질 경우 가입 고객들의 99% 이상은 금융당국에 신고된 거래소를 이용하게 된다"며 "폐업하는 거래소에 남아있는 고객들은 최대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4일이 지날 경우 업체가 폐업한 상태에서 예치금을 빼내려면 절차가 번거롭고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23일 현재까지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해 신고수리가 완료된 거래소는 업비트 1곳뿐이다. 금융당국은 최대 3개월 간의 심사를 거쳐 신고수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신고가 불수리된 업체는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내년 3월 트래블룰 적용, 넘어야할 산 = 코인거래소들은 내년 3월 이후에는 또 한 차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FIU는 내년 3월 25일까지 트래블룰 적용을 유예시켜 놓은 상태다. 트래블룰은 고객이 코인을 옮길 때 거래소 간 정보제공 기준을 말한다. 거래소들은 거래 관련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불법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추적을 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로 코인거래소 간에 정보 공유 시스템이 구축돼야 가능하다.

원화마켓뿐만 아니라 코인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들도 관련 시스템을 모두 구축해야 한다. 트래블룰을 지키지 않으면 내년 3월 25일 이후 금융당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불법행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최대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한편 22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확인된 가상자산 거래소 49개를 개별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가입자수는 1480만588명, 예치금 규모는 61조7312억원이라고 밝혔다.

은행 실명계정 발급 확인서를 받지 못하고 ISMS인증만 받은 거래소의 가입자는 221만명이며 예치금은 2조3495억원에 달했다. 이들 거래소들은 24일까지 금융당국에 코인마켓 신고가 예상된다. ISMS인증 조차 신청하지 않은 거래소 24개 곳 중 자료가 확보된 거래소 2곳의 가입자수는 7663명, 예치금은 1억4900만원에 그쳤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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