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문정부, 낯뜨거운 대일본 승리선언

2021-10-06 11:35:05 게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2년을 맞아 "국내 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100대 핵심품목에 대한 일본 의존도를 25%까지 줄였다"면서 "지난 2년간 상생과 협력으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향해 전진했다"고 자평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역사는 문재인정부를 해방이후 75년 만에 일본을 넘어선 정부로 기록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실제로 반도체 관련 일부 소재에서 일본 의존도를 낮춘 것은 사실이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액은 80% 이상 줄었고, EUV 레지스트 등 대일 의존도도 절반 이하로 줄이는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을 있는대로 보면 여전히 일본 앞에만 서면 참담하다. 관세청 홈페이지에는 연도별·품목별 한일간 무역수지가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올 9월까지 4년 반 동안 대일본 무역적자 총액은 1078억9445만달러다. 박근혜정부 4년간 903억4047만달러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 일본에 수출한 물품의 총량은 7527만2811톤, 수출액은 1302억2503만달러다. 수입한 물품의 총량은 9746만4078톤, 수입액은 2381억1948만달러다. 두나라 무역에서 부가가치의 차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다.

지난해 기준 대일 무역적자 품목을 보면 △기계류 -66억2978만달러 △전자기기 및 부품 -44억7261만달러 △화학공업품 -17억8476만달러로 금속·화학산업에서 압도적 열세다. 대일 무역흑자 품목은 몇가지 없지만 그나마 △광물성 연료 19억6347만달러 △곡물·채소 2억1307만달러 등이 눈에 띈다. 품목별 무역구조만 보면 대한민국은 '1차산업국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와 외교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위안부 할머니는 이제 열세 분만 살아 계신다. 강제징용 노동자들도 모두 90세를 넘겨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 "양국 정부간의 공식 합의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회견에서 "(강제징용 관련) 강제집행의 방식으로 현금화하는 것은 양국관계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정권초 기세등등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언제부터인가 일본과 외교적 협상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베, 스가 전 총리는 이런 문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지난 4일 출범한 기시다 총리도 "공은 한국측에 있다"며 느긋한 모습이다. 더이상 75년 만에 일본을 넘어선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는 식의 이른바 우리끼리 '정신승리'로는 대일본 외교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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