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순환출자 대신 물적분할인가
2021-10-06 13:01:38 게재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5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배터리사업 물적분할안을 상정했다. 이 안건은 국민연금의 반대를 물리치고 무난히 관철됐다. 새 법인은 이달 1일 정식 출범했다. SK의 이번 물적분할은 LG화학의 선례를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30일 임시주총을 열고 배터리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됐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12월 정식출범했다. 애초 올 10월 상장한다는 계획까지 세웠으나 연이은 사고와 품질불안으로 말미암아 연기됐다.
재벌들 영토확장에 안성맞춤인 물적분할·중복상장
LG화학의 분할 이후 한국의 재벌들 사이에 주요 계열사 물적분할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SK케미칼과 만도 역시 계열사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더불어 이들 계열사의 중복상장도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SK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코스피에 입성시켰다. SK그룹 상장사는 이로써 2015년 말 15개에서 20개로 늘어났다. 카카오도 카카오뱅크를 상장한 데 이어 카카오페이 등의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다. 다만 일부 계열사는 온라인플랫폼 독점과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에 발목이 잡혀 상장이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 등 많은 재벌 계열사들이 상장 절차를 마쳤거나 현재 밟고 있다. 증권시장이 풍부한 유동성과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투자로 상승장을 보이자 그 흐름에 올라타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재벌들이 계열사를 분할하는 이유는 해당 사업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물적분할이라는 방식을 선택해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모기업의 지분율을 그대로 복사하는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은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을 모회사가 100% 소유한다. 성장하는 사업의 과실을 독식하는 것이다.
게다가 물적분할을 통해 분리된 계열사를 상장함으로써 시중 여유자금을 긁어모을 수 있다. 특히 지배주주는 큰돈 들이지 않고도 계열사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다. 계열사가 아무리 늘어나도 그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다. 말하자면 상장을 통해 흡수한 시중자금은 사실상 재벌총수를 비롯한 지배주주의 배를 불려주고 힘을 강화시켜준다.
그러자 일반 주주나 전문가들로부터 매서운 비판이 쏟아진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주자본주의를 해치는 대기업(SK이노)의 횡포"를 비판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일부 증권사는 '잦은 개별 상장' 문제를 지적하면서 카카오에 대한 투자 의견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은 재벌들의 영토확장과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장에는 사실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순환출자가 재벌들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유력한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물론 지금 디지털전환이나 탄소중립 등 새로운 투자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이 이런 투자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유력한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국가경제의 외형성장에는 유리할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는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흡수한 다음 그 자금으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으로 재벌 계열사는 무한확장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경제의 성장축이 재벌 중심으로 더욱 굳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외국 행동주의펀드 등의 공격표적 각오해야
한국 대기업과 국가경제의 국제신인도가 더 향상되기도 쉽지 않다. 또다른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싱가포르의 행동주의펀드가 SK케미칼을 향해 보유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일부를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따로 상장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가치가 SK케미칼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선진국처럼 재벌의 계열사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형성장이 시급한 한국으로서는 선택하지 못할 것이다. 대신 SK케미칼의 경우처럼 행동주의펀드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재벌들이 앞으로도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을 애용하려든다면 이같은 공격의 표적이 될 것임은 각오해야 하지 않을까.
LG화학은 지난해 10월 30일 임시주총을 열고 배터리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됐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12월 정식출범했다. 애초 올 10월 상장한다는 계획까지 세웠으나 연이은 사고와 품질불안으로 말미암아 연기됐다.
재벌들 영토확장에 안성맞춤인 물적분할·중복상장
LG화학의 분할 이후 한국의 재벌들 사이에 주요 계열사 물적분할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SK케미칼과 만도 역시 계열사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더불어 이들 계열사의 중복상장도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SK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코스피에 입성시켰다. SK그룹 상장사는 이로써 2015년 말 15개에서 20개로 늘어났다. 카카오도 카카오뱅크를 상장한 데 이어 카카오페이 등의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다. 다만 일부 계열사는 온라인플랫폼 독점과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에 발목이 잡혀 상장이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 등 많은 재벌 계열사들이 상장 절차를 마쳤거나 현재 밟고 있다. 증권시장이 풍부한 유동성과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투자로 상승장을 보이자 그 흐름에 올라타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재벌들이 계열사를 분할하는 이유는 해당 사업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물적분할이라는 방식을 선택해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모기업의 지분율을 그대로 복사하는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은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을 모회사가 100% 소유한다. 성장하는 사업의 과실을 독식하는 것이다.
게다가 물적분할을 통해 분리된 계열사를 상장함으로써 시중 여유자금을 긁어모을 수 있다. 특히 지배주주는 큰돈 들이지 않고도 계열사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다. 계열사가 아무리 늘어나도 그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다. 말하자면 상장을 통해 흡수한 시중자금은 사실상 재벌총수를 비롯한 지배주주의 배를 불려주고 힘을 강화시켜준다.
그러자 일반 주주나 전문가들로부터 매서운 비판이 쏟아진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주자본주의를 해치는 대기업(SK이노)의 횡포"를 비판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일부 증권사는 '잦은 개별 상장' 문제를 지적하면서 카카오에 대한 투자 의견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은 재벌들의 영토확장과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장에는 사실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순환출자가 재벌들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유력한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물론 지금 디지털전환이나 탄소중립 등 새로운 투자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이 이런 투자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유력한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국가경제의 외형성장에는 유리할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는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흡수한 다음 그 자금으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으로 재벌 계열사는 무한확장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경제의 성장축이 재벌 중심으로 더욱 굳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외국 행동주의펀드 등의 공격표적 각오해야
한국 대기업과 국가경제의 국제신인도가 더 향상되기도 쉽지 않다. 또다른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싱가포르의 행동주의펀드가 SK케미칼을 향해 보유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일부를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따로 상장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가치가 SK케미칼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선진국처럼 재벌의 계열사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형성장이 시급한 한국으로서는 선택하지 못할 것이다. 대신 SK케미칼의 경우처럼 행동주의펀드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재벌들이 앞으로도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을 애용하려든다면 이같은 공격의 표적이 될 것임은 각오해야 하지 않을까.
차기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