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지구촌 공급망 대란이 주는 교훈
글로벌 물류대란과 공급망 충격으로 세계경제가 살얼음판이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 예고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에 앞서 불어닥친 복합위기다. 그동안의 정책과 대책들이 적절했는지, 또 앞으로도 유효할지 돌아볼 때다.
우선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에너지 위기가 발등의 불이다.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값은 각각 13년과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른바 E플레이션(Energy+Inflation) 위기다.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과 이상기후 등으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최근 심각한 전력난을 겪는 중국이 사생결단식으로 석탄 천연가스 등을 사재기하면서 가격급등의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이어 쿼드(Quad), 오커스(AUKUS) 동맹 등으로 호주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포위 전략에 적극 가담하자 중국이 국내 발전용 석탄의 50%를 차지하는 호주산 석탄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탓이기도 하다.
'위드 코로나' 전환에 앞서 불어닥친 복합위기
미중갈등의 파장은 반도체 대란에 이어 에너지 문제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가치사슬(GVC)과 공급망에 줄줄이 타격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석탄 사재기는 135개 석탄발전소의 절반 이상에서 재고가 사흘치도 남지 않은 인도를 휘청거리게 하고 겨울이 다가오는 유럽을 타격했다. 공급될 연료량이 줄어 가스와 전력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유럽에는 올해 더욱 혹독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인도처럼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처지는 개발도상국들 일부는 글로벌 에너지 확보전에서 패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구촌 에너지 시스템은 상호연계망이다. 균형이 무너지면 반도체 생산과 식량 수급, 공급망 등에 차질을 주면서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결국 석탄 수급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 인도에 부품과 생산을 의지하는 글로벌 ICT기업과 핀테크 업체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간다. 중국 정저우에 있는 폭스콘에 최종 조립을 위탁하는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3은 이미 고객 인도가 지체되고 있다. 중국 전력대란으로 공장들이 멈췄기 때문이다.
지구촌 에너지 대란에는 또 하나의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녹색바람이 불러온 인플레이션,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의 역설'이다. 유럽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석탄발전소를 무더기로 폐쇄하고 풍력발전을 늘렸지만 급증하는 전력소비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어서 화석연료 가격급등 사태를 부르고 말았다. 2050년 글로벌 전력 소비는 현재보다 60%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계가 화석연료를 점차 멀리하고 전기로 가동되는 자동차와 제조, 난방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다. 지속적인 4차산업혁명형 경제성장과 인구증가 역시 전력소비를 높이는 요인이다. 지금 지구촌은 코로나19와 함께 청정에너지 전환기의 첫번째 거대한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아울러 우리의 탈원전 정책이 너무 서두르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시점이기도 하다. 원전 비중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던 유럽연합(EU)도 지난해 12월 결의안을 발표, 처음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원전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케어 이코노미'의 중요성에 대한 일깨움
주유대란이 일어난 영국은 코로나19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영향으로 주유소까지 기름을 운반하는 트럭 운전자들이 부족해지면서 문제가 터졌다. 트럭을 운전하는 상당수는 외국인 노동자로 브렉시트에 따라 EU 회원국 국민이 영국에서 일하려면 신규로 비자를 받아야 해서 영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케어 이코노미'(Care Economy)의 중요성에 대한 일깨움이다.
'에센셜 임플로이'(Essential Employee 또는 Key Worker)로 불리는, 저임금에 저급 노동 취급을 받는 생필품 조달이나 배달 분야 등 인간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최소한의 안전마저 확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를 넘어 진정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으려면 교조적인 도그마에서 벗어나 기존 정책에 대한 탄력적인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