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종언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
"조현병에 대한 왜곡된 시선 바로잡자"
인권친화적 진료체계 갖춰야
박종언씨는 정신장애인 인권 옹호를 위한 대안언론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이다. 6일 그를 만났다. 그는 조용한 말투로 스스로를 소개했다.
박 국장은 20대 후반에 정신질환을 겪었다. 이후 원치 않았던 변화들이 많았다. 우선 사회적 관계망이 다 끊어져버렸다. 자신을 써줄 직장도 없었다. 혼자 떠돌았다.
좌절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알코올의존증과 대인공포, 관계망상 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면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금도 약물을 복용하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심한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지인들의 긍정적 지지 속에 사회활동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과 함께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일도 한다.
박 국장은 사회활동 이후 자신의 질환에 대해 생각을 바꿨다. 처음 조현병을 겪었을 때는 내 의지로 모든 걸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질병과 싸우면서 내 의지로 이겨낼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사회적 모순이 이 질병을 만들어낸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정신장애인이라는 특정한 인구집단을 이 사회에서 '다른 존재'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느낀다.
박 편집국장은 조현병에 대한 사회의 왜곡된 시선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다른 신체장애와 달리 더 부정적인 인식이 심하다. '두려움'과 '공포'의 시선으로는 정신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언론이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매체들이 △정신질환에 걸리는 이유 △정신장애인이 산 속 정신병원에서 일생을 마쳐야 하는 문제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대다수의 정신장애인은 위험하지 않다는 객관적 사실의 인정 등 중요한 의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국장은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으려면 지역사회가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살 집, 일을 할 수 있는 직장, 사회적 인간관계 형성 등이 필요하다. 국가의 정책적 배려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에 정신요양시설 59곳이 있고 여기서 거주하는 인원이 1만여명이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시설에서 퇴원·퇴소를 하지 못하는 이유 25%가 '살 집이 없어서'다. 요양시설과 병원에서 의미없이 살다가 죽게 하는 건 인간 존재에 대한 모독이다. 국가는 정신장애인의 삶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현상적으로 강제입원율은 30%로 떨어졌다. 하지만 정신장애인 돌봄의무는 여전히 가족에게 있다. 가족은 힘들면 당사자를 병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인권친화적인 치료가 어렵다.
"병원에서는 강박과 격리 등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 정신장애인은 병원이 정한 규율에 따라 조용히 살아야 한다. 그래야 빨리 퇴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은 인간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통제 공간이다. 그렇게 몇달 혹은 몇년 병원에서 지내다가 퇴원하면 예전의 인간관계망, 직장 등 모든 것이 끊어져 있다. 다시 사회에서 고립되고, 고립이 길어지면 망상에 시달리고, 결국 다시 정신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반복기제를 멈추려면 정신장애인들이 온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