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과학기술로 대응
이상기후로 기온이 상승하고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산불위험이 증가하고, 세계 곳곳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캘리포니아는 산불 '딕시(Dixie)'로 39만㏊의 숲이 불탔고, 시베리아에서는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두 배가 넘는 2000만㏊가 소실되었다. 지구촌의 대형산불로 인해 8월 한 달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만 13억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가 대형산불을 낳고, 대형산불은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기후변화가 가속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산불이 늘어난 원인은 기후변화로 추정되지만, 각국 정부의 미흡한 산불 대응 정책이 그 피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진화 인프라 부족, 관련 기관 간 협력체계 미흡, 소홀한 숲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60여년 동안 축적된 산불 예방기술과 진화정책을 바탕으로 신속·체계적인 산불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국립산림과학원은 ICT 기반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산불위험을 조기에 예측하여, 산불이 대형화되기 전 초기 단계에서 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산불 조기경보를 위해 지역별 기상, 연료, 지형 특성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전국의 산불 발생·확산위험 징후를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예보한다. '3차원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은 산불의 이동 경로와 도착시간을 계산해 주민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진화용 헬리콥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돕는다.
올가을부터는 '전지구기상모델'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기존 3일 예보에서 주 단위, 월 단위로 예보 범위를 넓혀 더 빠르고 정확한 지능형 산불위험예보시스템을 시범 운영한다. 특히 대형산불 위험이 큰 동해안 권역에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AI 산불감시 기술을 적용하여 예보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드론과 라이다를 결합해 나무의 종류, 높이, 폭을 산출하여 산불 확산 시 연소할 수 있는 물질의 양과 분포를 계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숲 단위에서 나무 한 그루 단위로 더 정교한 산불행동 예측이 가능해진다. 또한, 동시다발적 산불에 대비하기 위해 확산 특성, 피해 가능성, 담수지, 진화자원의 위치 등을 분석하여 진화 우선순위를 산출하고 진화 헬기 운영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실시간 진화자원 배치 의사결정지원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인 산불 대응과 함께 산불 위험을 줄이는 또 하나의 방법은 '적극적인 숲관리'이다. 숲이 울창해지면 불에 탈 수 있는 연료가 숲 내부에 쌓이게 된다. 하지만 솎아베기, 가지치기 등 숲가꾸기를 통해 빽빽한 숲의 인화 물질을 줄이면 산불의 강도를 약하게 만들어 대형 산불을 피할 수 있다. 산불을 예측하고 진화하는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건강한 숲을 가꾸는 것이야말로 산불 대응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산불위험 증가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40년 동안 기온상승과 함께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가 증가하면서 산불이 연중·대형화되고 있다. 특히 자연발생 비율이 높은 해외 산불과 달리 우리나라 산불은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이 시작되는데, 산불 예방을 위한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행정과 국민 모두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