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힐링명소│전남 신안군 자은도

천사가 남긴 아름다움 간직한 힐링 명소 '자은도'

2021-10-15 11:59:50 게재

탁 트인 바다·드넓은 백사장, 해송 숲 절경

박물관과 미술관, 벽화 등이 수놓는 볼거리

"정말 좋네요. 늦게 온 게 후회될 만큼요." 지난 12일 신안 자은도에서 만난 박 모(54)씨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신안 자은도는 전남도가 뽑은 가보고 싶은 섬 중 한 곳이다. 자은도는 전국 섬들 중 열두 번째로 크다. 좋은 토질과 바닷바람이 키운 품질 좋은 마늘 주산지로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한다. 동쪽으론 증도가, 동남쪽으론 암태도가 있다. 서남쪽으론 비금이 접해있다. 주변에 있는 도초 하의 장산 팔금을 한데 묶어 '다이아몬드 제도'라고 부른다. 1996년 암태도와 자은도를 잇는 은암대교가 개통되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었고, 최근에는 천사대교 개통으로 '핫 플레이스(Hot Place)'가 됐다. 은암대교를 건너 자은도에 막 들어서면 유각마을 벽화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이 벽화는 암태도에 있는 동백 파마머리 벽화 못지않게 유명하다.

신안 자은도가 힐링의 섬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사진은 자은도 전경. 왼쪽 작은 사진은 자은도 초입에 있는 유각마을 벽화다. 사진 신안군 제공


◆무한의 다리가 전한 무한 즐거움 = 자은도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무한의 다리다. 이 다리는 무한대(∞)를 품은 8월 8일 섬의 날을 기념하고, 섬과 섬이 다리로 연결되는 연속성과 발전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박은선씨와 스위스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보타가 2년 전 이름을 붙였다. 다리에 도착하면 탁 뜨인 바다가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둔장해변에서 동구리 섬과 할미도를 잇는 1004m 다리에 오르자 무한의 다리에서 무한의 시간을 낚는 관광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동구리 섬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책을 읽거나 먼 바다를 바라보는 다정한 연인들의 속삭임을 시샘하는 파도소리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그려냈다.

넋을 잃고 잠시 먼바다를 감상하고 있을 때 "너무너무 좋다"는 감탄사에 고개를 돌렸다. 퇴직한 여선생 4명이 서울에서 이곳을 찾았다. 해외여행 때 만났다는 이분들은 증도에서 이틀을 묵고 무한의 다리를 찾았다. 무한의 다리를 둘러본 느낌을 묻자 "솔직히 기대를 안 하고 왔다"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섬과 바다,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를 마음 깊숙이 음미할 수 있어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고 해맑은 얼굴로 얘기를 이어갔다.

무한의 다리가 끝나는 할미도에 닿을 쯤 독살이 속살을 드러냈다.

독살은 바다에 친 돌 울타리다. 밀물 때 들어왔다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잡는 어업법이다. 독살에 잡힌 눈먼 고기를 찾아봤지만 10월의 차가운 수온 탓에 물고기는 없었다. 무한의 다리를 뒤로하고 1004뮤지엄파크로 가는 길에 둔장마을을 들렸다. 마을에 들어서자 곳곳에 그려진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마을에는 작지만 유명한 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은 마을회관을 개조했다. 1970년대 초반 새마을운동이 시작할 때 마을 주민들이 직접 모래를 나르고 벽돌을 쌓아 만든 건물이다. 50여 년 동안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에 사용했던 소중한 공간이다. 하지만 젊은이가 줄고 노후된 건물로 방치돼 있다가 지난해 마을미술관으로 변신해 소박한 전시회를 이어가고 있다.

◆수석과 조개, 꽃이 전하는 감동 = 무한의 다리 못지않게 유명한 곳이 1004뮤지엄파크다.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게 대파 밭이 이곳을 안내한다. 자은도는 한해 대파 1만7000톤을 생산할 정도로 겨울 대파 주산지다.

널찍한 대파 밭이 끝날 무렵 형형색색의 꽃밭이 도로 양쪽을 수놓았다. 이곳이 1004뮤지엄파크다. 수 천 년 풍파를 견뎌낸 수석과 조개, 태고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양산해변이 이곳의 볼거리다.

수석정원 7000㎡ 부지에 3000톤에 이르는 기암괴석과 200여 종의 야생화, 100여 그루의 분재 등이 해변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수석정원 바로 옆 수석미술관은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계조개박물관은 국내 최대 조개 및 고둥 박물관이다. 깨알같이 작은 조개를 시작으로 7700여 점 표본과 조개 공예작품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나온다.

감동이 끝날 무렵 태고의 자연미를 간직한 양산해변이 시작됐다. 700m에 이르는 널찍한 백사장과 설탕가루 같은 모래가 이곳의 자랑이다. 아직 개장이 안 된 해변이라 호젓한 관광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해수욕장 바로 옆에는 바람이 만들어 낸 모래 언덕이 이곳을 홀로 지키고 있다. 해변을 거닐다 챙 넓은 모자를 둘러쓰고 바닷바람을 맞으면 조개껍질을 줍는 50년 중년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잘 됐다 싶어 소감을 물었다. 뜻밖에도 박물관에서 일하는 공예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곳에서 1년 6개월 근무한 이주형(59)씨는 35년 동안 조개껍질을 주워 1004점의 작품을 만들어 박물관에 기탁했다고 한다. 이씨는 "앞으로 조개로 만든 꽃 등 1004개 작품을 더 만드는 게 인생의 목표"라며 조개 줍기에 열중했다.

◆전설을 간직한 분계해변 = 자은에는 9개 해수욕장이 있다. 그중 하나가 분계해수욕장이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저녁노을, 깨끗한 바닷물과 깊지 않은 수심 등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기에 충분한 곳이다.

백사장 바로 뒤편에 있는 울창한 해송 숲 또한 장관이다. 조선시대에 해풍과 태풍을 막기 위해 방풍림으로 조성된 이 숲은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천년의 숲' 부문에서 아름다운 어울림 상을 받았다. 이곳에는 '여인송(女人松)'이 있다.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무사귀환을 빌던 부인은 가장 큰 소나무에 올라 남편을 기다리다 어느 추운 겨울에 얼어 죽고 말았다. 돌아온 남편이 부인의 시신을 수습해 그 소나무 아래에 묻어주자 나무가 거꾸로 선 여인의 자태를 닮은 여인송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깃들여있다. 이곳을 찾은 연인들이 여인송 밑에서 아름다운 사랑이 이어지길 소망한다 하여 한층 유명해졌다. 분계해변을 찾은 날 날씨가 흐려 해넘이를 못 본 게 아쉬웠지만 자은도 곳곳에서 느낀 감동이 다시 찾고 싶은 욕망을 불러왔다.

숙박 시설이 부족한 자은도에선 요즘 호텔과 리조트 공사가 한창이다. 백길해변에 지상 7층 호텔과 지상 9층 리조트를 짓는 기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면전해변에선 180실 리조트 공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모두 내년 3월이 완공 목표다. 이 시설이 들어서면 자은도 관광이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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