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신 의무화' 시정부-노조 충돌

2021-10-18 10:41:58 게재

시카고에선 상호 소송전으로 비화 … 볼티모어·새너제이 등 곳곳서 갈등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저조한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의무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각 시 정부와 경찰 노동조합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정부가 경찰관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자 많은 경찰관과 노조가 반발하며 사직하거나 소송을 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경찰관이 시 정부가 고용한 공무원이다.

시위대가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주 의사당 밖에 모여 코로나19 예방접종과 마스크 의무화에 항의하고 있다. 미국내 백신 의무화조치가 확대됨에 따라 이에 거부하는 움직임이 커져,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 미국 NPR


가장 첨예한 갈등을 겪는 곳은 시카고다.

로리 라이트풋 시장은 8월 경찰관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10월 중순까지 백신 접종 여부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 8일에는 15일까지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는 시 공무원은 무급 행정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지만 접종 여부를 반드시 보고하고 미접종자는 주 2회 검사를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양대 경찰 노조의 하나인 경찰공제조합(FOP) 시카고지부가 경찰관들에게 라이트풋 시장의 지시를 무시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갈등은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라이트풋 시장은 FOP 시카고지부의 존 카탄자라 위원장이 "'마감일까지 백신 증명서를 제출하지 말고 잠정적인 무급 행정처분을 감수하라'고 요구해 불법 태업 또는 파업을 부추겼다. 시카고 경찰은 파업이 금지돼 있다"며 이 단체와 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맞서 FOP 측은 보고 의무화 전 노조와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은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라이트풋 시장과 데이비드 브라운 경찰청장을 상대로 역시 소장을 제출했다.

볼티모어에서도 경찰노조 위원장이 경찰관들에게 시 당국에 백신 접종 여부를 공개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접종 여부 보고 의무화가 다음 주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양측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새너제이에서는 지난달 말 백신 접종이 의무화된 가운데 시 당국이 백신을 맞지 않은 경찰관도 연말까지 계속 고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들에겐 징계 처분과 검사 의무가 부과된다.

미시간주 앤아버의 관리들은 최근 경찰노조가 반발하는 가운데 시 공무원에 대한 백신 의무화 약속을 재확인했다. 또 시애틀에선 경찰 노조위원장이 백신 의무화로 경찰관 인력부족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인 '경찰관 사망 추모페이지'(ODMP)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숨진 경찰관은 460여명으로,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업무 중 총격으로 숨진 사례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