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소부장 1등 없이 제조 1등 없다"

2021-10-19 10:57:46 게재

4차산업·AI 반도체가 핵심

혁신생태계 구축 중요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다. 세게 메모리 반도체시장 1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 '반도체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 반도체산업는 어디로 가야 할까.

황철주 회장은 1959년 경북 고령의 빈농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공고 졸업 후 인하공전에 진학, 인하공대를 졸업했다. 취업했던 외국회사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자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했다. 벤처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설립했다. 현재 공학한림원 IP전략협의회 공동위원장,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 주성엔지니어링 제공


18일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에게 반도체산업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황 회장은 국내 반도체장비 개발 1세대다. 독자기술로 장비 국산화와 원천기술을 확보한 벤처기업인이다.

"세계 반도체산업은 계속 성장한다.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시대에 반도체는 기본이다. 반도체는 국가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황 회장은 반도체산업의 지속성장을 예상했다. 전기차 자율주행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통신 스마트로봇 등 모두 반도체 없이는 구현할 수 없다. 반도체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역할은 더 넓어지는 이유다.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산업 육성과 글로벌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배경이다. 글로벌기업들도 공장 확장에 한창이다. 황 회장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반도체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비책은 무엇일까. 그의 대답은 '우리가 잘하는 것을 확실하게 잘하자'다. '불안한 1등'이 아닌 '확실한 1등'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황 회장은 "한국경제는 산업의 제조경쟁력으로 성장했다. 그간 축적된 강한 제조 능력과 경험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제조강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설계나 소프트웨어에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 제조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반도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하지만 그가 보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불안한 1등'이다. 반도체주요국들과 비교해 설계나 주요 공정 기술경쟁력이 뒤쳐져 있다. 국내 반도체생태계를 좌우하는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는 세계 수준의 60%대에 머물러 있다.

황 회장이 "반도체생태계 핵심인 소부장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제조혁신을 이뤄야 반도체의 불안한 1등을 확실한 1등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이유다.

따라서 그는 대기업(제조사)과 중소기업(소부장 업체)의 긴밀한 협력을 주문했다. 대기업 혼자만 잘하는 기존 생태계로는 '불안한 1등' 조차 유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과감한 생태계혁신은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게 그의 확고한 철학이다. 지식과 기술, 정보와 통계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많이 아느냐보다 빨리 잘하느냐가 경쟁력이라는 논리다. 결국 빨리 잘하는 경쟁력은 리더십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혁신은 리스크(위험 부담) 속도 시간을 극복해야 한다"며 "우리에게는 지식과 기술이 있다. 다만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는 혁신에 과감하게 나서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도체산업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강한 반도체 제조능력을 소유하고 있고 소부장정책 추진 2년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덕에 세계에서 해볼만 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고정관념과 기득권을 장애물로 꼽았다. 정부와 기업들 내부에 깊이 뿌리내린 혁신을 거부하는 흐름을 우려한 것이다.

황 회장은 "혁신생태계와 통큰 협력으로 반도체 경쟁력을 갖추는 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 소부장 1등 없이는 반도체 1등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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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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