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관련자 조사 늦어지나
"윤석열 전 총장도 수사 범위에 들어가"
공수처장 "(관련자)출석해 떳떳하게 밝혀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늦어질 전망이다. 이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조사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의힘 김 웅 의원 등 사건 관련자들을 향해 "(의혹과) 무관하다면 (공수처에) 출석해서 떳떳하게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면서 이런 사정이 드러났다.
◆"일정 조율해 출석 요구하고 있다" = 김진욱 처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명운을 걸고 수사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의 지적에 "그런 각오로 임하고 있으며 실체적 진실은 곧 발견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답했다.
국감 종료 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김 의원에 대한 소환 일정이 잡혔냐는 질문에는 "사건 관계자가 여러 사람이기 때문에 일정을 조율해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했다.
19일 공개된 '김 웅-조성은 녹취록'에 김 의원이 고발장 작성 주체를 '저희'라고 표현한 점을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검찰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는 "그 부분도 수사 범위 안에 들어가 있다"고 답변했다.
녹취록상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라는 김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이 "(부장검사 출신인) 김 의원보다 고위급일 것이기에 서울남부지검장과 윤 전 총장과의 관계도 수사가 돼야 한다"고 지적하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고 했다.
◆"재판부 사찰문건-고발 사주 의혹 구조 유사" = 김 처장은 또 국감에서 수사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정(11월 5일) 일정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며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김용민 의원의 지적에는 "공보준칙상 피의사실공표, 공무상 비밀누설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지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수사가 더디다고 재차 지적하자 김 처장은 "계속 뭔가를 하고 있는데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다"며 "그 말씀도 유념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법원이 윤 전 총장의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유지하라고 판결한 단초가 된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배포 사건과 고발 사주 의혹의 구조가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저희도 (윤 전 총장) 판결문 내용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의원은 "손준성 김 웅 정점식 등이 검사 출신이고 수사하는 수사관들도 검사들과 연관돼 있다"며 "수사가 더 나가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 처장은 "제기된 의혹들이 점점 커지고 있고 의혹이 풀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임의수사가 원칙이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법과 원칙이 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영배 의원은 공수처 인사위원회가 추천해 청와대가 임명을 앞둔 공수처 신임 검사 후보자 가운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측근이 포함돼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고, 김 처장은 "인사 절차 중인 사안에 대해 해당 인물이 추천이 됐는지 안 됐는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전 대검 정보담당자들 조사 = 한편 공수처는 최근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직원들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지휘를 받던 파견 검사 A씨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수사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A 검사 등이 손 검사의 지시를 받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하고 관련 근거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는 국민의힘 김 웅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으로부터 지난해 4월 문제의 고발장을 받았는데, 이 텔레그램 메시지에 '손준성 보냄'이 표시돼 있었다.
공수처는 지난달 28일 A 검사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들을 토대로 이들이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흔적이 있는지를 추적해왔다.
공수처는 고발장에 담긴 내용 가운데 사건 관련자들의 판결문을 비롯해 대검에서 파악해 정리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보를 추려내고, A 검사 등 수사정보정책관실 관계자들을 상대로 해당 정보를 수집했는지, 손 전 정책관의 지시를 따른 것인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달 A 검사와 함께 압수수색한 성 모 부장검사(당시 수사정보2담당관)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A 검사와 관련해 "당시 A 검사가 이 고발장을 작성했고 첨부된 판결문을 B 검사가 출력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B 검사는 사건 발생 당시 수사정보1담당관이었다.
이에 대해 B 검사는 "고발장에 첨부됐다는 판결문을 출력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허위사실이 계속 보도되는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는 이와 별도로 김 웅 의원과 손 검사 소환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상황에 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