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8주년 기획 좌담 | 2022년 선택, '균형의 시대' - 4 경제양극화 해법을 찾아서
"국민소득 3만불 시대, 국토균형·교육은 1만불 수준"
양극화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소득이나 자산 양극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교육, 취업 등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고 간격을 좁히기 어려울 만큼 벌어져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부의 대물림'은 '그들만의 리그전'을 만들었다. 양극화는 분열과 반목으로 이어져 국민 통합에 치명적이다. 특히 청년세대로 갈수록 희망을 잃고 많은 것을 도전하지 않고 포기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 분배의 악화가 저성장을 부추겨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내일신문은 창간 28주년을 맞아 특별 좌담 '2022년 선택, 균형의 시대'를 기획했으며 지난달 27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에서 강철규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전 공정거래위원장),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수축사회' 저자)과 함께 '경제양극화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진행은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팀장이 맡았다.
우리나라의 양극화 수준과 과정을 역사적으로 짚어봤다. IMF체제 이후 극심하게 벌어진 부의 불균형이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떻게 구축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면서 대안도 같이 테이블에 올려놨다. 새로운 정부에서 챙겨봐야 할 부분들을 집중 논의했다.
■양극화 현상이 전 세계로 퍼져 있죠. 자본주의의 고도화로 생긴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진단도 있는데요. 특별히 한국 사회만의 특징이 있는지 먼저 진단해 주시죠.
강철규 피케티 교수가 300여 년간 자본주의 주요국 자료를 분석해서 2014년에 '21세기 자본론'을 발표했는데 논리는 간단합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자본가가 항상 더 높은 소득을 가지게 돼서 부의 불평등이 고착화, 가속화돼 간다는 거죠. 자본수익률을 감마(r)라고 하는데 자본수익률이 성장률(g)보다 항상 크단 말이죠. 이것이 계속 벌어져 가는 거죠.
피케티의 제 1 법칙으로 계산하면 자본소득분배율(α, 자본을 제공한 대가로 가계에 분배되는 보수가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은 30% 나오는데 한국은 31%정도죠. 비슷해보이지만 토지자산까지 포함하면 49%로 뛰어오르는 거죠.
홍성국 가장 중요한 부분들은 18세기 중반 이후에 발생한 산업혁명에 의한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거에요. 전반적인 성장률이 떨어지니까 우리 사회가 제로섬을 기반으로 하는 성장으로 바뀐 거죠. 요즘에 가장 중요한 화두가 공정인 이유가 뭐냐 하면 우리 사회가 제로섬 사회가 되다 보니까 서로 갈등 구조가 심화되고 그러다 보니까 이 룰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공정이 중요해진 거죠.
양극화라는 이 구도를 소득 양극화 중심으로 보고 있는데 자산 양극화, 지역 양극화, 세대 양극화도 있고요. 디지털에서도 양극화가 있어요. 21세기 들어 살아가는 방식이 모두 바뀌면서 자본주의의 위기 그 이상으로 보고 있고요. 그래서 '역사적인 대전환'이라는 용어를 쓰는데요. '대전환'은 총체적인 차원에서 접근이 돼야 되는 겁니다. 총체적인 위기이고 운명을 바꿀 만한 큰 변화죠.
■한국사회의 양극화 정도가 세계사적인 보편성도 있지만 한국사회가 갖는 특성이라든가 역사성이 있을 것 같아요.
홍성국 선진국들은 산업화를 1750년부터 해 오면서 270년 정도의 과정들을 겪었는데 우리는 너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권력도 고착화됐죠. 또 한국은 민간보다 오히려 정치권이나 관료사회가 특정 세력들이 지연 학연 등으로 굉장히 공고해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지난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시작한 이후 60년 동안에 우리가 이런 것을 고치지 못하고 쉼없이 달려왔고 세계사적인 흐름이 확 나타나니까 한국이 양극화의 상징적인 국가로 보일 수밖에 없는 거죠.
강철규 우리나라 양극화는 세계 최고수준이죠. 특히 외환위기 이후에 속도도 빨라지고 수준도 최고로 높아졌죠. 최근에 연구를 보면 2019년 최상위 10%의 소유집중도가 49.4%예요. 또 그 중 1%가 차지하고 있는 자산 비중이 2009년에 11.8%였는데 2019년에는 15%로 올라왔어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가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죠.
해방 이후에는 평등 사회였어요. 농지개혁을 했죠. 지주-소작 관계가 해체되니까 이동의 자유가 생겼죠. 모두 가난했지만 도시로도 올라가고 공장도 가고 이런 게 동력이 되고 성과를 내기도 했죠. 산업화와 민주화의 원동력이 이 평등에서 나왔다고 봐요. 이런게 90년대까지 지속되죠. 가계소득도 증가하고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소위 산업인구가 증가하고 그래서 상당히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면서도 평등이 유지됐어요. 그런데 90년대 중반 이후에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에 비해 확 올라가 버려요. 그때부터 불평등이 커지기 시작한 거죠. 불평등 불균등이 생기면서 성장률이 더 떨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하죠. 2015년 IMF 보고서를 보면 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1% 증가하면 전체 성장률은 향후 5년간 0.8%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소득 하위 20%가 소득 1% 늘어나면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가 0.38% 정도가 된다는 거죠. 우리 성장률이 가파르게 낮아지는 이유가 불평등, 불균형에서 나오는 거 아니냐는 거죠.
■자본주의를 계속 수정하는 노력을 해 왔는데요. 양극화가 세계적 흐름이라면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요.
홍성국 지금은 불공정을 넘어서 독점 이슈가 굉장히 강해지고 있거든요. 유럽 같은 데서 구글이 포탈을 다 잠식하고 있잖아요. 아무리 규제를 해도 대항마가 없는 거예요. 2등이 안 나오는 거죠. 우리나라도 네이버를 아무리 규제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많이 쓰는 거죠.
네이버의 독점성이라는 것들이 앞으로 엄청난 이슈가 될 거예요. 이게 양극화를 초래하는데요. 예를 들어 코로나 국면에서 일자리의 변화를 보면 다 망한 걸로 알지만 통신 트래픽의 중심에 있는 포탈이나 빅데크들은 어마어마한 이익을 갖고 와요. 그래서 이제는 양극화를 넘어서 독점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가 중요한 거죠. 이게 혁신이냐 독점이냐는 문제가 남죠.
강철규 ICBM(인터넷, 컴퓨팅 하는 클라우딩 컴퓨터, 빅데이터, 모바일)의 융합기술 시대인데 이런 대기업들을 과거의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할 수 있느냐는 거죠. 이 산업의 독점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죠. 법의 개혁이 있어야 돼요.
이게 참 복잡한 것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법도 중요하고 혁신도 중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규제 관리해서 독점의 피해를 막느냐 이게 과제죠. 국회에서 법으로 해 줘야 해요.
■유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군요.
홍성국 우리나라 중위 연령이 44세정도 됩니다. 그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 간에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가 완전히 다르거든요. 그 이전에 산업화 세대는 공정 이슈도 마찬가지지만 독점 이슈도 제조업 중심으로 보는 거고요.
문제는 우리나라 리더 그룹이 양분, 양극화돼 있다는 거에요.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리더 그룹들의 생각이 좀 비슷해야 되는데 극단을 달리고 있거든요. 똑같은 사물을 다르게 본다는 거죠. 과거형으로 하는 거냐, 미래형으로 하는거냐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들인데요. 이번 대선에선 양쪽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지금은 과도기입니다.
강철규 윌리엄 보몰, 로버트 E. 라이턴 등이 쓴 '좋은 자본주의 나쁜 자본주의'라는 책이 있어요. 현존하는 세계 자본주의 형태를 정부지도 자본주의, 과두지배 자본주의, 대기업 자본주의, 기업가 자본주의로 나눈 건데요. 기업가 자본주의가 돼야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거죠. 기업가 자본주의는 신흥 기업이 매년 생겨나고 그중 10%는 성장해 대기업이 될 수 있어야 된다 이렇게 보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제를 아직도 정부 주도, 재벌 주도로 해야 성장한다는 생각, 의식, 사고방식이 계속되고 있어요. 기업가 자본주의가 돼야죠.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 나오고 그 중에서 10% 정도는 살아나서 융합기술에 보탬이 되고하는 그런 사회로 나가야 성장이 되는 거죠. 그게 바로 양극화도 해소하는 방법이에요. 중소기업이 새로 등장하고 성장해서 대기업도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 그런 경제를 만들 수 있는 리더십이 뭐냐, 그걸 우리가 연구해야 된다는 거죠.
■현상에 대한 진단에서 실마리들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양극화, 기회 불균형을 해소할 방법은 무엇인가요.
홍성국 양극화를 균형으로 만들어야 해요. 출발은 교육입니다. 총체적으로 다시 짜야 해요. 공무원들이 과거처럼 밤새워서 일하는 게 아니에요. 삶의 질을 중요시 하죠. 성취욕 자체가 굉장히 떨어지죠. 잘 사는 집에서 과외 공부 해서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경력으로 비슷한 계층의 사람과 결혼해요. 양극화되는 거죠. 사회구조가 아령형이잖아요. 국민소득이 3만 2000불 되지만 국토 균형 발전이나 교육을 보면 1만불 때나 별 차이가 없어요. 문화적인 불평등도 상당하고요. 전반적으로 보편복지를 어느 수준까지 올려놓고 그다음에 성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됩니다.
강철규 기본소득 논쟁이 있지 않습니까. 빅데이터뿐만이 아니고 토지에 대한 사용료, 지식도 공유의 성격이 있죠. 토지, 지식,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이나 부는 국민이 배당금으로 받을 권리가 있는데 그게 기본 소득이라는 거고요. 그래서 기본소득제는 시행을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복지하고는 별도로요.
소득과 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바람에 다시 신분사회로 가고 있어요. 신분적 차이가 기회의 불균등을 만들고 있는 거죠. 또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재벌 집단이나 대기업들이 출발선에서부터 막고 있어요. 정치권에서는 일본과 같이 대대로 세습하지는 않지만 각종 정치 권력, 경제 권력이 세습화가 되기 시작하면 이게 상당히 심각한 거죠.
부동산 등 자산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인데요.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 하는 것을 합의를 하고 조금씩 제도 개혁을 해나가야 합니다.
■기업들의 화두가 지속가능한 경영입니다. 또 입법부는 여러 가지 규제를 개혁한다든가 시장의 요구나 변화에 맞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홍성국 솔직히 비관적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세력들은 말 그대로 권력투쟁 중심으로 왔죠. 전문가는 자기 영역을 벗어나지 못해요.
양당이 정책으로 내놓은 것을 양극화라는 틀로 프리즘을 한번 쫙 봤을 때 이걸 다 엮어서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 하면 과연 양극화 해소에 맞을까 생각해보면 서로 정책 간에 엇박자들이 많이 나고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게 많아요.
자기의 기득권과 인식의 틀을 수정하는 작업이 우리 사회의 리더에겐 없다라는 게 제 입장이고요. 해법을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틀을 스스로 깨야 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틀을 깨지 않고서는 전체를 못 보는 거죠.
■국민들의 역할이나 변화도 필요해 보이는데요.
강철규 결국 사회가 발전하려면 정부 기업 국민 등 그 사회 구성원들이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되거든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합의를 봐야 해요. 생명 존중, 자유, 신뢰 구축 이런 것들이 기본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합의가 가능하거든요. 그러면 이것이 내 행복에 도움이 되는 가치인데 이 정부가 하는 정책 또는 이 기업이 하는 이윤추구 행위가 여기에 맞는다면 국민들은 박수를 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만을 표시할 겁니다.
능력주의, 복지제도에 대한 비판도 많은 데요. 아예 처음부터 출발선에서부터 공정하게 출발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먼저 만들어주는 거죠. 그래서 소위 '시정주의'라는 게 나온 겁니다. 그런데 어디까지 시정할 수 있겠느냐는 것은 국민들이 국회나 정부에 요구를 해야 돼요. 그걸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면 이걸 고칠 수 있다', '개혁하고 개선할 수 있다' 하는 희망을 주는 정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홍성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제로섬 게임에 몰두하고 있죠. 이 제로섬 게임을 하다 보면 '나의 이익이 단돈 10원이라도 손해 보는 건 참을 수 없다'는 게 우리 사회적인 현상이 됩니다. 연대성에 대한 우리 시민들의 자각이 지금 상당히 필요하고 '다른 사람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는 것으로 개념으로 바꿔야 해요.
■차기 리더십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홍성국 신정부 출범시점에 코로나 상황이 정상화되면 지금까지 부채라는 진통제로 살아왔는데 이제 더 이상 스스로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큰 그림을 갖고 가야 될 것 같아요.
강철규 정부가 정말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하나는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행정 차원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인데요. 철학은 공정 또는 성장의 균형이라든가, 인간 존중의 기본 가치 실현 등이죠.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행정이거든요. 지난 정부와 현 정부의 아쉬운 점은 '미숙'이에요. 행정 미숙이죠. 소득주도성장이 틀린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실현하는 방법이 너무 거칠었어요. 소위 로드맵을 만들지 않고 하다보니 역공을 당해 좋은 의도마저도 사라져버리고 오히려 비판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까.
다음 정부가 들어선다면 철학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실현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되지 돼요. 중장기적으로 5년 10년 이렇게 해서 해결해 나가겠다는 로드맵에 따라서 진행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여야, 관료, 전문 영역에 있는 사람의 집단지성을 모으는 그런 장치가 필요하죠.
홍성국 20년 후에 한국을 한번 생각을 해보면 그때는 인구가 줄고 있을 거고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가 됐을 거고 어르신들 돌봄 수요가 아이들 키우는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갈 겁니다. 그러면 아예 더 많이 낳기 위한 또 출생을 장려하는 정책과 더불어서 이런 것들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 되는데 20년 후에 닥쳐서는 못 한다는 얘기죠. 지금부터 20년동안의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단계별로 진행하면 그게 가장 좋은 경기 부양책이 될 겁니다.
강철규 양극화가 참 심해요. 이분법 사고, 흑백 논리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이 필요하거든요. 세계적으로 보면 다른 진영 사람도 필요하면 힘을 합치기도 하고 연합도 하고 하지 않습니까. 드림팀을 짤 필요가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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