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 풍납토성 전체가 발밑에
송파 해자발굴부지에
동성벽 역사문화공원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2000년 전 백제시대 풍납토성 내부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송파구는 풍납토성 첫 해자가 확인됐던 동쪽 성벽 구간을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해 주민들에 선보였다고 밝혔다.
풍납동 토성 동성벽 일대는 2005년 매입한 이후 과거 태양열주택 부지가 철거되면서 주차장이나 운동공간으로만 활용돼왔다. 2015년 본격적인 발굴을 시작했는데 지하 4.5m 아래에서 성벽과 이어지는 풍납동 토성 최초의 해자가 발견됐다. 최대 폭이 14m에 달하고 깊이 2m 규모인데 함께 출토됐던 토기 등을 통해 4세기 전반에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송파구는 발굴성과를 토대로 2018년 공원화 계획을 마련했다. 문화재청과 서울시 심의, 전문가 고증, 주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본격 정비를 시작했다. 동성벽공원은 16년간에 걸친 복원과 정비 끝에 선보인 결실이다. 쓰레기가 쌓일 정도 방치됐던 공간은 주민들이 도심 속에서 역사문화를 체험하고 휴식할 수 있는 쉼터로 거듭났다.
5230㎡ 규모 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중앙부에 위치한 토성 모형도다. 길이 40m, 폭 20m 가량인데 실제 토성을 1/30 크기로 축소해 당시를 재현했다. 성문과 궁궐 관청 공방 연못 등 돌에 양각으로 새기거나 자개 등 다른 소재를 더한 상감기법으로 표현했다. 왕궁과 가까워질수록 집의 규모가 커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성벽이 사라진 서쪽 구간까지 온전하게 연결된 풍납동 토성 외고가을 따라 물길을 표현, 해자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당초에는 실제 물이 흐르도록 표현하려고 했지만 안전사고나 역사적 사실을 다르게 전달할 우려 등이 제기돼 현재 모형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들 의견을 반영해 운동기구와 의자처럼 활용할 수 있는 낮은 벽 등 편의시설을 추가했다. 지하에 매장된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키 작은 나무를 심고 매화 단풍나무 등 전통 수종으로 일대 경관을 꾸몄다. "역사가 살아있는 살기좋은 마을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한다"거나 "한성백제의 기상이 풍납동의 발전과 주민들의 희망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는 등 박성수 구청장을 비롯한 주민들 소망을 담은 '풍납의 염원'도 확인할 수 있다.
송파구는 문화재 디지털 복원사업과 연계하고 증강현실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해 주민들이 토성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즐길 수 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동성벽공원은 송파둘레길과 풍납토성 탐방로의 중요한 거점으로 새로운 쉼터이자 백제문화 탐방의 중심이 딜 것"이라며 "주민들 삶과 역사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