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선심 쓰자는 정치권, 안된다는 홍남기
예결위서 "가상자산, 내년 1월 과세" 확인 … 전국민 재난지원금·소상공인 50조 지원 공약에도 '곤란'
국회에서는 내년 과세 예정인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준비 미흡, 주식양도차익 과세와 시기 조율' 등이 명분이다. 하지만 가상화폐에 투자 중인 청년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야 대선후보진영은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돈풀기 정책'을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총 5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금을 투입하겠다고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피해구제와 내수진작이 명분이다. 하지만 '돈을 풀어 표심을 얻겠다'는 정치논리가 앞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상자산 과세, 여야가 합의한 것" = 이에 대해 정부는 난색을 표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내년부터 예정대로 가상자산(암호화폐·가상화폐)에 과세하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대선 후보들의 돈 풀기 공약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내년 1월에) 예정대로 과세해야 한다"며 유예 주장을 일축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수익 250만원의 초과분에 대해 20%의 세율로 과세한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기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지난 8월 청년 싱크탱크 세미나에서 "현재 상태에서 과세는 반대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과세 유예는 법을 개정할 문제인데, 여야가 합의해 정부 의사와 관계없이 개정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지난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했고, (지금) 과세 준비도 돼 있는데 유예하라고 강요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스템 구축에) 자신있다"며 예정대로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과세해도 시스템상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는 "100만원씩"·윤석열 후보는 "50조" = 이재명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5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금을 투입하겠다는 윤석열 후보의 자영업 피해보상 방안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홍 부총리는 예결위에서 "여러 여건상 올해는 힘들 것 같다"며 올해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재정당국 입장에서 피해계층에 집중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후보의 소상공인 지원금 투입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공식화했다. 홍 부총리는 "(50조원을 투입하려면)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되는데 재정적으로 봤을 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이미 예정된 올해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104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야가 '돈풀기 정책'을 계속 요구할 경우, 정부가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9일 "가상화폐 과세유예 같은 문제도 여야가 합의해 후속조치를 한다면 정부로서는 국회의결사항을 따를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재난지원금 문제도 여야가 적정선에서 합의한다면 어쩔 수 없다. (홍 부총리의 반대 표명은) 재정상황과 재정전망 등 현재 여건을 검토해봤을 때 비합리적이거나 무리한 정책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예결위는 9~10일 경제부처, 11~12일 비경제부처 부별심사를 각각 진행한다. 국회는 오는 15일 예산소위 심사를 거쳐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