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소상공인 정책은 부실한 통계 정비부터

2021-11-12 11:51:01 게재
노용환 서울여대 교수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 한국경제 성장률은 4% 내외(한국은행 4.0%, 정부 4.2%, IMF 4.3%, OECD 3.8%)로 예상된다. 내수회복은 더디게 진행되나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호조, 설비투자증가로 대기업과 수출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실물경기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소상공인의 경기체감을 나타내는 월별지수 추이(중기부 소상공인시장경기동향조사)는 2020년보다 2021년 상황이 더 나쁘다. 추세적인 경기하락과 반등이 반복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된 2021년의 경기는 2015년 이후의 평균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기의 디커플링

시장에서 공급자이자 수요자이기도 한 소상공인의 경영위기는 소득감소와 부채증가를 유발하고, 원금상환과 이자부담을 가중시켜 작은 충격에도 폐업 가능성이 높아지며 소비를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동안 자영업 창업시장은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조기은퇴자 청년실업자가 상대적으로 진입하기 쉬운 선택지였다. 그러나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코로나19 확산 및 사회적 거리두기 충격뿐 아니라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대, 온라인시장으로의 소비 이동, 과밀에 따른 경쟁심화로 구조적 어려움을 겪는다.

이미 신생기업의 3년 생존율이 44.7%(통계청, 2019년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불과한데, 준비 없는 창업자에게 시장은 더욱 위험한 환경이 되었다. 디지털 소비시장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와 개인방송을 통한 판매자와 소비자의 직접 소통이 중요해졌으며, 고객 개인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소비시장 규모가 증가했다. 디지털화·비대면화의 가속화로 집에서 간접적 경제활동을 하는 홈코노미(Home Economy)가 부상하면서 배달앱 가정간편식 홈트레이닝 등 소비자의 구매패턴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현재 소상공인은 매출 피해에 따른 신용하락으로 높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더욱이 미 연준의 테이퍼링 시작과 금리인상 본격화 가능성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이자비용 증가 등 자금조달 압박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 심화 및 공급망의 불안정까지 겹쳐 재료비 비중이 높은 소공인 제조업의 어려움도 불 보듯 뻔하다.

소상공인 위기 모니터링 위한 통계 구축 시급

하지만 소상공인 정책의 근간인 기초통계부터 부실하다. 정책대상인 소상공인수조차 2019년 기준으로 사업체종사자의 36.9%(661만7000명,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기업종사자의 43.7%(922만명, 중기부 중소기업기본통계)로 차이가 난다. 소상공인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자영업자수는 취업자의 20.7%(560만6000명,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로 또 다르다.

소상공인의 경기를 시의성 있게 확인할 방법도 제한된 수의 설문조사 결과를 지수화한 월별 실사지수가 유일하다. 소상공인 위기지표의 핵심변수인 폐업자료도 국세청이 세입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폐쇄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통계청이 기업활동의 변화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1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생멸통계를 작성하고 있을 뿐이다. 폐업신고 및 납세미납자 직권폐업 등에 대한 행정통계 전수 자료를 소상공인 특성별로 실시간으로 파악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소상공인의 경영위기, 삶의 위기를 모니터링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기성을 가진 행정통계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소상공인은 다른 경제주체에 비해 업종과 개별적 특성이 다양하고 집단 내 상호격차도 크다. 소상공인 정책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는 통계체계를 정비하고, 소상공인의 유형을 세분화해서 상시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