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요소수 대란' 계기로 GVC 패러다임 전환을

2021-11-17 11:47:40 게재

'요소수 대란'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새로 짜야 한다는 요구가 뜨겁다. 다행히 정부와 민간기업의 노력으로 급한 불은 껐다지만 언제 이런 일이 되풀이될지 모른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2020년 자동차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차질, 2021년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 등 매년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은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이 국제교역의 정석이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GVC 의존도는 55%로 독일 51%, 일본 45%, 미국 44%보다 높은 수준이다. GVC가 흔들리거나 끊어지면 수출 등 교역에 상당한 타격을 입는 구조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특정국가 의존도가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대일본 무역적자 192억달러 중 소재·부품·장비 적자가 182억달러로 약 95%를 차지한다. 대중국 소부장 수입은 117억달러 정도로 주로 범용제품이다.

필수 제조업은 로컬, 첨단제품은 글로벌화 경향

특히 소부장의 중국 의존도는 30%로, 일본 21%, 미국 16%, 독일 7%보다 지나치게 높다. 중국 수입의존도가 80% 이상인 국내기업은 2만9785개사에 달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1만2586개의 수입품 중 31.3%에 해당하는 3941개 품목이 80% 이상 특정 국가에서 수입됐다. 니켈 코발트 등 이차전지 소재의 중국 의존도는 80% 이상이다. 최근 문제가 된 요소수도 올해 중국에서 80.0%를 수입했다. 자동차용 강판과 전자제품과 건축자재의 필수재료인 마그네슘과 태양광발전의 소재인 잉곳은 100% 중국에 의존한다.

이번 요소수 대란으로 첨단기술뿐만 아니라 반도체 소재·부품과 요소수 등 범용제품도 상황에 따라서는 무기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와 기업은 공동으로 필수 원자재 및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범용제품도 우선순위를 정해서 실태파악 등 실시간 관리해야 한다. 수입선 다변화는 물론 일부 품목의 경우 국내 생산체계 구축도 고려해야 한다.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수익성만 따져 원자재를 수급해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기술이 낮지만 범용 전략물품을 해외에서 생산하는 기업이 국내로 회귀하는 경우 관련 비용 지원과 제품 구매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일본은 의료 배터리 반도체 희토류와 같은 전략산업의 특정국 의존도 축소,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전략 차원에서 안보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긴급경제대책으로 2400억엔의 예산을 편성해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축하고 국내 회귀 기업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특정국가에 의존이 심한 제품이나 부품소재의 생산거점을 리쇼어링하거나 아세안으로 다변화하는 경우 중소기업은 2/3, 대기업은 절반의 이전 비용을 지원한다. 일본정부는 대만 TSMC의 반도체 관련 설비의 일본 내 유치를 추진하고 희토류의 조달선 다변화와 대체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패권경쟁 등은 기존 GVC 구조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경봉쇄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단절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수요 절벽과 방역 취약성에 따른 공급차질은 새로운 GVC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세계시장에서의 보호무역구조 심화와 선진국·신흥국간 수직적 분업구조 변화, 4차산업혁명 확산 등도 GVC 패러다임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앞으로 필수 제조업 부문은 로컬중심 공급망으로 변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첨단제품은 글로벌화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GVC 위기 극복해 아시아 허브로 도약을

우리나라는 미중갈등과 코로나 방역과정에서 빠른 경기 회복력과 공급 안정성을 보여줬다. 또한 고급 인력과 기술력에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도 7년 연속 2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올해 10월 누적 FDI 신고액도 209억달러다. 세계 수출 7위(1~8월, WTO 기준),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올해 수출도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미국 중국 EU 아세안 등과 17건(57개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중이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외 4개 국가와도 FTA를 서명·타결해놓은 상태다. 그만큼 아시아 허브로 도약할 요건이 충분하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첨단산업의 국내생산기반 강화 등을 추진해 GVC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선우 산업팀장
이선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