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합격선 기준 - 공대학과
취업률·합격선으로 본 공대 간판학과 현주소
취업률 높은 과는 화학공학·신소재공학·컴퓨터공학과 … 한양대·성균관대 높아
우리 민족은 5000년 역사 속에서 독창적인 공학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세계 유일의 인공 석굴인 석굴암은 돔 형태인 천장의 돌들을 모르타르 없이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돌 무게만 20톤에 달하는 덮개돌을 지지하게 함으로써 완벽한 반구형 구조물을 만들었다.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만든 금속활자보다 78년이나 앞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현대 공학 기술로도 재현하기 힘들다는 고려청자, 조선 최고의 엔지니어 정약용이 만든 거중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할, 세상을 이롭게 하는 또 다른 기술을 개발할 공학자의 요람 공대 진학의 길을 살펴봤다. 올해는 약대 선발 인원의 증가로 문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다. 공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호도가 높은 학과들의 취업률과 정시 합격선을 살펴보면서 학과별 특성을 짚어봤다.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공대 주요 학과들의 취업률과 정시 합격선을 보면 높은 선호도로 정시 합격선이 높게 나타나는 학과는 취업률도 대체로 높았다. 그러나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시 합격선이 높게 나타나는 학과는 졸업 후 취업 등을 하지 않은 비율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되거나 대학원 진학을 결정해 취업준비생 상태로 머무르는 비율이 낮다는 뜻이다. 취업률은 화학공학 신소재공학 컴퓨터공학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표 1). 대학원 등 진학률은 생명공학 전기전자공학 신소재공학 순이다. 학사 졸업 후 학생들은 취업을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므로 대학원 진학률이 높으면 취업률이 낮게 나타난다.
정시 합격자 수능 백분위 평균은 2019~2021학년 3년 동안 컴퓨터공학이 가장 높았다. 전기전자공학 화학공학이 뒤를 이었다. 서울 주요 대학,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학과들로 한정해 살펴본 만큼 편차는 크지 않다.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은 상태인 기타 비율을 통해 취업준비생 비율을 볼 수 있다. 취업 현황에서 기타 비율을 살펴보면 합격자 수능 백분위 평균과 대체로 상반됨을 알 수 있다. 수능 백분위 평균이 높은 컴퓨터공학, 전기전자공학, 화학공학은 취업 등을 하지 않은 기타 비율이 낮은 편이다.
생명공학 전공자의 취업률은 이들 학과 중에서는 낮은 편이다. 기타 비율 또한 생명공학 전공이 타 전공보다 높게 나타난다. 대졸자 취업률이 낮은 것은 생명공학 전공자들을 채용할 때 석사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화학공학과의 취업률은 평균 83.9% = 화학공학과의 취업률은 평균 8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고려대 화학공학과는 88.0%로 고려대 내에서 가장 높은 취업률을 보였다. 신동원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화학공학은 스펙트럼이 넓고 에너지 배터리 화장품 환경 등을 다루는 종합공학"이라며 "다양한 기업에서 채용하기 때문에 취업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신소재공학과는 수능 백분위 평균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취업률은 83.7%로 매우 높다. 신소재공학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바이오 등 현대 산업분야에 이용되는 소재를 교육·연구하며 소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문제 해결력을 갖춘 인재를 기른다. 철강, 세라믹, 반도체, 고분자 등 재료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소재를 만들기 위한 공정과 가공법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졸업 후에는 석유화학회사, 반도체 제조업체, 반도체 소재 관련 기업, 자동차·항공기 제조업체 등에 취업한다. 최근 3년 동안 컴퓨터공학 합격자의 수능 백분위 평균이 가장 높았다. 2020학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합격자의 수능 백분위 평균은 99.0%이었다. 이는 개발자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와 관련이 있다. 개발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하고 설계하는 사람으로 좁게는 설계와 코딩, 넓은 의미로는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원 전체를 포괄한다. 컴퓨터공학과에서는 딥러닝, 네트워크,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개발에 참여하는 인재를 양성한다.
최근에는 '네카라' 혹은 '네카라쿠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5대 IT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을 묶어서 부르는 용어다. 수평적 기업문화와 개발자를 우대하는 환경을 갖춰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직장이다.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는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의 개발자 20여명은 작년에 10억~50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며 "컴퓨터공학과의 높은 합격선은 개발자에 대한 높은 처우와 함께 이런 성공신화를 이룰 수 있는 학과라는 점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취업 위주로 생각한다면 한양대·성균관대 = 표 1에서 성균관대와 한양대의 높은 취업률을 확인할 수 있다. 한양대 화학공학과의 취업률은 87.0%다. 상위 5개 대학 화학공학과 평균 취업률 83.9%보다 높다. 서정길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기업들의 화두인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의 핵심에 해당하는 에너지 고효율화, 탄소중립, 수소경제 등의 키워드에 부합하는 교육·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며 "향후 관련 업계로의 진출 또한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은 수시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며 포스텍은 100% 수시로만 뽑는다. 무학과로 선발된 학생들은 2학년이 되기 전 학과를 선택하는데 인원제한 없이 모두 원하는 전공에 진입할 수 있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 현황을 통해 학과 선호도를 엿볼 수 있다. 3학기 동안 기초 소양교육 후 2학년 2학기부터 전공에 진입하는 포스텍은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이 1, 2위를 차지했다.
◆교육과정 자세히 살펴봐야 = 공학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하는 학문이다.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가별·시대별로 어떤 산업에 주력하는지에 따라 공학의 인기 분야나 전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업과 연계한 계약학과, 특성화 학과 진학도 좋은 선택이다.
조미정 에듀플라자 대표는 "산업의 흐름상 사회·기업이 관련 인재가 필요한 경우 관련 학과를 만든다"며 "향후 비전을 고려해 개설된 만큼 계약학과, 특성화 학과는 높은 취업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공학과는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석유·자원공학과에서 출발했다. 아직 지하자원에 대한 교육과정 위주인 곳이 많다. 공대는 특히 학과명만 보고 진학해서는 안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생각하고 에너지공학과를 희망한다면 교육과정을 잘 살펴봐야 한다.
김기수 기자·김민정 내일교육 리포터 mj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