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모시기' 냉온탕 … 선택의 기로 선 윤석열

2021-11-26 11:20:08 게재

윤-김 저녁 회동 '화기애애' … 윤 측 '최후통첩' 발언에 분위기 급랭

이준석 "후보 측근들, 적당히 하라 … 총괄-상임선대위원장 옥상옥"

청년 대변인들 "사공 많으면 배가 산으로" "엔진 꺼져가는 느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의 기류가 냉온탕을 오가는 가운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기대감 대신 피로감이 쌓이는 모습이다. 어떤 형태로든 악순환을 조기에 끝내지 않으면 결국 윤 후보가 정치적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엔 정말 모르겠다" = 윤 후보의 '김종인 모시기'가 다시 미궁에 빠졌다. 평소 김 전 위원장 영입에 낙관적이었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번에는 비관적인 기류가 흐른다.

회동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후보│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저녁 서울시내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위원장 합류에 호의적인 한 선대위 관계자는 26일 "24일 저녁까지만 해도 뭔가 되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모르겠다"며 "김 전 위원장 없이 선대위를 정리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계속 김 전 위원장이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면 (감정의) 뿌리가 깊은 것 같다"며 "(상임 선대위원장인) 김병준 전 위원장과의 학자적 견해차 때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의 '몽니'와 윤 후보 주변 인사들의 '입방아'가 원인으로 꼽힌다.

김 전 위원장은 앞서 23일, 윤 후보의 '총괄-상임 선대위원장' 인선 발표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었다. 24일 윤 후보측과의 전격 저녁회동으로 다시 합류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 했지만 25일 다시 "더 이상 물러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윤 후보가 저녁회동에서 자신에게 '최후통첩'을 했다는 윤 후보 측근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해 "나한테 최후통첩을 했다고 주접떨어 놨던데 그 뉴스 보고 '잘됐다' 그랬다"며 "오늘로 끝을 내면 잘됐다는 것"이라고 노여움을 드러냈다.

윤 후보 역시 이날 "우리 김종인 박사님과 관련된 얘기는 제가 더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제가 더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한껏 예민해진 분위기 속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김 전 위원장을 찾아 선대위 합류를 설득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최승재 의원은 이날 의원실에서 초선의원 간사단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분위기가 험한 상태에서 가게 되면 조금 바람직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냉각기를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최 의원은 공개적인 방문 일정 관련해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자칫 잘못하면 대선 후보 책임론이 대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체계 정리 주장" = 김 전 위원장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온 이준석 대표는 총괄-상임 선대위원장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짚으며 윤 후보의 '결단'을 에둘러 압박했다.

이 대표는 26일 YTN라디오 '출발새아침'에서 "(김 전 위원장) 본인이 봤을 때는 충돌이 발생하기 쉬운 조직구조, 지금 상황에서 예를 들어 총괄 선대위원장과 두 명의 상임 선대위원장이 밑에 있는 경우에는 사실 옥상옥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저는 이런 것들은 아주 구체적인 지적이기 때문에 후보가 이걸 받아 들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귀결 되겠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후통첩' 논란과 관련해서는 윤 후보 측근 인사들을 겨냥해 "표현을 하는 걸 보면, '처음부터 3~4배수로 총괄 선대위원장 더 고민할 수 있다'부터 시작해서 그리고 '김종인 전 위원장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 아니면 '김종인 전 위원장이 말이 오락가락한다' 이런 식으로 김종인 전 위원장을 자극하는 언사들을 계속 언론에 냈다"며 "적당히 하라고 말씀드리겠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김 전 위원장은 조직구조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선대위 체계를 잘 정리하고 가자는 주장을, 내 부탁을 받으라(는 것)"이라며 총괄-상임선대위원장 문제를 강조했다.

◆맡기거나, '발광체' 선거전략 내놓거나 = 한편 김 전 위원장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의힘 소속 젊은 대변인들이 당내에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 24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솔직히 요즘 당 상황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불과 몇 개월전만 해도 활력이 넘쳐나던 신선한 엔진이 꺼져가는 느낌"이라며 "상대 당 (이재명) 후보는 연일 눈물을 흘리고 넙죽 엎드리고 있다. 많은 분이 '쇼'라고 침 한 번 뱉고 말겠지만 솔직히 전 무섭다"고 지적했다.

신인규 상근부대변인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며 "지금 비춰지는 선대위 모습은 이미 선거는 다 이긴듯한 모습이고 전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2030 청년 유권자들의 마음이 한 달째 심각하게 떠나가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최수영 디아이덴티티 소장은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 영입 문제를 조기종식시키지 않으면 결국 자신의 정치력에 내상을 입게 된다"며 "김 전 위원장에게 맡기거나 아니면 '반사체'에서 '발광체'로 거듭날 선거 캠페인을 스스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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