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중 인공지능 패권경쟁, 중국이 앞선다

2021-12-01 11:50:56 게재

지난 6월 중국 칭화대 컴퓨터과학과 입학생 '화즈빙'은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수려한 외모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등 다재다능함을 자랑했다. 화즈빙은 중국이 선보인 AI 기반의 가상 학생이다.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중국의 AI 기술수준이다. 칭화대와 베이징즈위안인공지능연구원(BAAI), AI 기업 즈푸와 샤오빙이 공동 개발한 화즈빙은 거대 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AI는 알고리즘 구성요소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다. 화즈빙에 사용된 인공신경망의 알고리즘 구성요소는 1조7500억개에 달한다. 이전 세계 최대치였던 구글의 언어 AI 모델 '스위치 트랜스포머'의 1조6000억개를 뛰어넘었다.

AI 특허출원 건수는 중국이 이미 미국 제쳐

미국이 글로벌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려면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5G통신 다섯가지 기술에서 앞서야 하는데 그중 첫번째로 AI가 꼽힌다. 2020년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국가별 AI 역량을 비교한 결과 100점 만점 중 미국이 44.6점으로 1위, 중국이 32점으로 2위, 유럽연합(EU)이 23.3점으로 3위였다.

그러나 조만간 미국과 중국의 순위는 뒤바뀔 전망이다. 미국 국방부에서 AI 기술 도입을 담당했던 니컬러스 차일란 전 최고소프트웨어책임자(CSO)는 10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 사이버 기술발전 덕분에 세계 패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중국의 우위는 기정사실이며 향후 15~20년 동안 중국과의 싸움에서 미국이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중국의 AI 발전속도는 AI 관련 연구의 양과 질을 파악하면 측정 가능하다. 중국 과학기술부 산하 차세대인공지능발전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중국의 지난 10년간 AI 분야 특허출원은 약 38만9000건으로 세계 1위다. 이는 2위 미국의 8.2배 규모이며 전세계 특허출원수의 74.7%에 해당한다. 영국 학술정보 조사기관 클래리베이트에 따르면, 중국은 2012년 이후 지난 8월 1일까지 총 24만건의 AI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의 15만건보다 60% 많은 실적이다.

AI 관련 연구의 질적수준도 높다. 스탠퍼드대 AI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AI 관련 학술인용 점유율은 20.7%로 사상 처음 19.8%의 미국을 제쳤다.

중국의 AI 산업은 대규모 자본과 데이터,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정책의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등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인터넷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해 AI 스스로를 학습시키는 머신러닝 기술이 큰몫을 했다. 데이터 주권과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강한 자본주의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14억 인구가 쏟아내는 빅데이터를 손쉽게 활용하면서 AI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중국정부는 사회주의 특성을 적극 활용했다. 중국정부는 기존의 생산요소인 토지·자본·노동·기술에다 기술 산업계가 축적한 데이터를 제5의 생산요소로 규정하고 국가가 소유·관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중국정부는 안면인식 기업에게는 14억 인구의 안면 데이터에,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IT기업에게는 범죄기록이 담긴 공안자료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각각 부여했다. 정부의 규제로 인해 전진하지 못하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정부의 정책을 부러워하는 이유다.

중국정부가 진행하는 국가인재 육성전략 본받아야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양과 질에서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AI를 활용하는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규제정책 때문에 AI를 학습시킬 빅테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AI 산업 생태계에서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하는 우리나라 기업과 학계에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혁신을 위축시킬 규제입법은 지양하고 사후 규제가 불가피할 경우에도 시장친화적인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이 분야 전문인력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2019년 우리나라 AI 인력은 2600여명으로 미국의 10% 수준이다. 국내 고급인력 양성 및 해외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중국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만인계획'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만인계획'은 10년 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가인재 1만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진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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