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신병확보 실패한 검찰

"기각 사유 검토해 재청구 결정"

2021-12-03 11:57:55 게재

보강 수사 성과 미지수 … '영장 청구 성급' 지적도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의원의 신병확보에 실패한 검찰이 "구속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향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2일 밝혔다. 또 검찰이 곽 전 의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보강 수사에도 나설 것으로 보여 수사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달 27일 곽 전 의원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한 뒤 추가조사 없이 이틀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대가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50억원(실수령액 25억원) 가량을 챙겼다고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적용했다.

구치소에서 나오는 곽상도 전 의원│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법원은 1일 곽 전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뒤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또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이 오간 것은 맞지만 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검찰 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도주, 증거인멸, 말맞추기 가능성에 대한 검찰의 주장도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50억 클럽' 실체 규명에 물건너가나 =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부탁을 받고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도움을 준 뒤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에서 세금을 제외한 25억원을 받았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알선한 대상을 대학 동문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보고 있지만 영장에는 하나은행 '임직원'으로만 명시했다. 특히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구체적인 알선 대상과 시점을 특정하지 못했고, 이를 확인하려는 재판장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곽 전 의원 측은 검찰 주장 대부분이 대장동 의혹 관련자 몇 명의 진술에 근거한 것이며, 이를 제외하면 범죄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물증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업자들이 '곽 전 의원이 2018년 9월 18일 서울 서초구 한 음식점에서 김만배씨를 만나 사업을 도와준 대가를 요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곽 전 의원과 만난 서울 서초구 한 음식점에서 김씨가 결제한 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했다.

곽 전 의원 측은 하나은행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남 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김씨로부터 들은 전언에 불과하고, 김씨 역시 남 변호사·정 회계사에게 한 말이 허위라고 진술했다며 맞섰다.

검찰이 제시한 영수증에 대해서도 변호인 측은 당일 곽 전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게시물을 알리바이로 제시하며 반박했다. 밤늦게까지 유은혜 교육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블로그 게시물은 2018년 9월 18일 오후 10시 19분에 올라왔으며, 사무실에서 청문회 자료를 검토하는 곽 전 의원 사진이 첨부됐다. 곽 전 의원의 페이스북에도 당일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검찰은 알리바이를 탄핵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곽 전 의원은 심문이 끝난 뒤 취재진에 "청탁받은 경위나 일시, 장소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50억 클럽'이 실체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너무 성급히 영장을 청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알선 대상으로 의심하던 하나은행 김정태 회장을 조사하지 않고 실무자만 조사했다. 검찰로서는 곽 전 의원 측이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김 회장을 불러도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 내기 어렵다는 계산이 있었지만 신병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내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50억 클럽' 연루자에 대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진술과 녹취록에 의존한 수사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돈의 흐름이 명확했던 곽 전 의원에 대한 신병확보에 실패한 검찰이 박영수 전 특검과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혐의를 입증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0억 클럽 연루자에 대해서는 자택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대장동 로비 폭로 협박 의혹' 사업자 소환 = 이런 가운데 검찰은 "뇌물을 폭로하겠다"며 정영학 회계사를 협박해 120억원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동업자' 정재창씨를 불러 조사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담수사팀은 수사 초기부터 검찰에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던 정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정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뇌물을 건넨 것을 폭로하겠다며 150억원을 요구했다'는 정 회계사의 진술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져졌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에 참여했다가 철수한 정씨가 이후 땅값이 올라 수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자 150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는 정씨의 입을 막기 위해 150억원을 주기로 하고 각각 60억원씩 총 120억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관리본부장 시절인 2013년 정 회계사와 정씨, 남 변호사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 제공 등을 대가로 총 3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이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다. 정씨는 정 회계사, 남 변호사와 함께 사업에 뛰어들면서 수익을 배분하자고 약속했는데, 정씨는 그 중 150억원을 받기로 했고 두 차례에 걸쳐 분할 지급받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150억원 가운데 90억원 부분이 정 회계사, 나머지 60억원은 남 변호사와 관련된 액수로 전해졌다. 정씨는 정 회계사로부터 60억원은 받았지만 30억원은 기한 내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정씨는 현재 이와 관련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날 검찰 조사에 앞서 '정 회계사와 남 욱 변호사가 입막음용으로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정씨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안성열 · 장세풍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