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과 낙동정맥, 백두대간

2021-12-06 11:32:26 게재
백두대간이란 산줄기 개념이 지금은 교과서나 광고에 나올만큼 일반화됐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는 생소한 말이었다.

당시 산악인들은 백두대간이 아니라 태백산맥을 종주했다. 부산 금정산에서 설악산까지 이어지는 긴 등반이었다. 그런데 태백산맥 종주를 한 산악인들은 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태백산맥을 종주했는데 정작 태백산이 거기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산맥 분류체계로 하면 태백산은 태백산맥이 아니라 소백산맥(지리산에서 태백 삼수령까지 백두대간 구간)에 있다. '태백산맥은 없다'(조석필)라는 제목의 책이 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1990년대 초 지도연구가 고 이우형 선생의 소개로 조선광문회에서 한글로 펴낸 '산경표'란 조선시대 책이 알려지면서 '백두대간' 개념이 되살아났다.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가 환하게 드러났다.

백두대간 이론은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의 산줄기와 물줄기를 체계화한 것이다.

산줄기는 길이와 수계에 따라 대간과 정맥 지맥으로 분류된다. 한강 북쪽은 한북정맥으로 이어져 철령 인근에서 백두대간을 만난다. 한강 남쪽은 한남정맥으로 이어진다. 수원 광교산-청주 상당산성-속리산 문장대에서 백두대간으로 이어진다.

백두대간 보전을 위해 보호지역도 지정됐다. 한반도 백두대간 중 남한지역(강원도 고성 향로봉에서 경남 산청 지리산 천왕봉까지 701km)의 백두대간 마루금 및 주변지역 27만5077ha가 핵심구역과 완충구역으로 보호받는다.

태백 삼수령(피재) 남쪽의 태백산맥은 '낙동정맥'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문제는 백두대간보호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낙동정맥에 대규모 산지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북 영양은 전국에서 풍력발전기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되었다. 가동 중인 대규모 풍력단지가 4개, 반경 5km 안에 88기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간다. 새로 설치될 발전기를 더하면 100기가 넘는다.

새로 추진중인 풍력단지 안에는 생태자연도 1등급에 해당하는 지역이 넓게 포함돼있고 천연기념물 '산양'의 서식도 확인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도 '입지계획 부적정' 의견을 밝혔다.

'사업대상지는 한반도 동남부 생태연결역에 속하고 백두대간과 동일한 생태기능적 보존 가치를 지니고 있음. 특히 법정보호종인 삵 담비 올빼미 솔부엉이 수리부엉이 등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자 핵심종의 서식과 높은 다양성이 확인됨.'(KEI 검토의견)

동아시아 전체의 눈으로 보면 백두대간보다 태백산맥의 생태적 중요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 빙하기가 절정이었을 때 일본 본토는 한반도와 산줄기로 연결됐다. 그 산줄기는 낙동정맥 부산 금정산에서-오륙도-대마도를 거쳐 일본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서로 다른 아종으로 분류하지만 일본의 산양과 반달가슴곰도 이 산줄기를 건너갔을 것이다. 백두대간보다 태백산맥이 더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태백산맥, 곧 낙동정맥의 생태축 기능을 백두대간보다 낮게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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