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정상회의' 출발부터 구설
중·러 견제 위해 인도·파키스탄·폴란드 등 포함 논란 … 인권 앞세워 제재 강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공을 들인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시작도 하기 전에 구설에 먼저 올랐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미국이 한국 등 전세계 약 110개국을 초청해 9~10일(현지시간) 열린다. 핵심 의제는 반권위주의, 부패 척결, 인권 증진을 핵심 의제다. 9일 국제 반부패의 날과 10일 인권의 날에 맞춘 행사이다.
문제는 초청 대상국이다. 일부 국가들은 모범적인 민주 국가로 보기 힘든 나라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인도, 파키스탄, 폴란드가 포함된 것을 문제 삼았다. 폴리티코는 폴란드에서 수년간 반민주 세력이 증가했고, 인도는 이슬람 탄압 등으로 비난에 직면해 있으며, 이란의 영향력에 관한 우려가 있는 이라크, 팔레스타인 처우로 비판을 받는 이스라엘이 초청장을 받은 부분을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8일 "이번 정상회의는 '도착 즉시 사망'에 처할 위험이 있다"며 "민주적 규범을 지키지 않고도 미국의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 회의를 주재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국 이번 정상회의의 소집 의도가 다른 곳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명분으로 내걸고 인위적으로 초청국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가령 폴란드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벨라루스와 국경 지대에서 중동 이민자 문제로 대치를 한 나라여서 미국의 관심이 필요하고, 인도는 미국과 함께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일원이다.
또 파키스탄의 경우 미군 철수 완료와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미국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다.
WP는 "백악관은 초청국 명단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며 "민주적 원칙보다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더 기초해 판단했다는 손쉬운 비판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도 지정학적 고려가 많이 반영됐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참가국 구성은 결국 초청 대상에서 제외된 중국,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을 더 키울 것이라는 우려로도 이어진다.
특히 대만이 초청 대상에 포함된 것은 가뜩이나 미중 관계가 악화한 시기에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고 WP는 말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그리 민주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어느 나라가 초청받았는지는 민주적 가치보다는 미국의 정치를 반영한다"고 꼬집었다.
초청국 논란이 일자 미국은 인권 부패 등을 이유로 연일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8일 엘살바도르, 코소보, 세르비아의 개인 16명과 기관 24곳을 초국적 조직범죄를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엘살바도르의 경우 악명높은 범죄조직 MS-13(마라 살바트루차)과 휴전을 협상하기 위해 수감된 갱단 지도부와 비밀 회담에 관여한 정부 당국자 등이 포함됐다.
코소보는 특정 정당의 선거 승리를 돕고 후보자에게 자금을 후원하기로 한 갱단 지도자와 형제 등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번 재제 대상엔 심각한 인권 탄압이나 부패에 관여한 인사의 미국 재산을 동결하고 비자를 제한하며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이 적용됐다.
앞서 재무부는 7일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인권을 유린했다는 이유로 이란 고위 관리들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제재 대상에는 하산 카라미 이란 경찰특공대 사령관,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바시지민병대장 등이 포함됐다. 바시지민병대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조직으로 2009년 이란 대통령선거 이후 촉발된 시위사태 당시 강경 진압으로 악명을 떨쳤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날 제재가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목표에 부합하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범죄 활동과 부패 간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