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 지속가능 사회 위해 고민해야"

2021-12-14 11:16:24 게재

아이슬란드 4년 실험 주목 … "한국도 중소 영세사업장, 저임금 노동자 대상 실험 필요"

북유럽 아이슬란드의 '주4일 근무제' 실험에 대해 세계 여러나라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주4일제가 대선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12일 전태일재단에서 '주4일제 로드맵 및 신노동법 비전'을 대선공약으로 발표했다.심 후보는 주4일제 로드맵으로 △2022년부터 사회적 공론화 △2023년 시범운영 △2025년부터 입법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임기 내에 제도화를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0월 주4일제에 대해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 "지금 시행하기는 이르지만 논의할 때가 왔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이 힘은 비판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0월 "주4일제의 달콤한 가면을 찢으면, 임금삭감과 함께 기업 경영환경 악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당연하게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아이슬란드의 주4일제 실험은 유럽 등 세계 여러나라의 본격적인 논의를 촉발시켰다. 인구 36만명의 아이슬란드는 칠레 멕시코 일본과 같은 노동 집약적인 국가다. 아이슬란드 2018년 정규직 노동자의 1인당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4.4시간으로 스칸디나비아 노르딕 5개 국가 중 장시간 노동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주4일제 실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에서 시작됐다. 아이슬란드 전체 노동인구 가운데 86%가 기존과 동일한 임금을 받으면서 더 적은 시간 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장시간 일을 하는 국가로 하위 4위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노동시간은 1908시간으로 OECD 회원국(평균 1687시간)보다 200시간(1개월) 더 일을 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지표(2019년 OECD)도 10점 만점에 4.1점에 불과하다. 독일 핀란드 프랑스 등(평균 8.4)의 절반 이하이며 미국보다도 낮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0년 산업화 시기 파괴적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이제는 '시간의 정치'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산업재해 감소와 노동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동시간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탄소배출량 감소와 맞물린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이며, 평생학습사회 준비와 생애주기 노동시간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주52시간제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주4일제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주4일제를 강행한다면 할 수 있는 기업과 할 수 없는 기업간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선임연구위원은 "주4일제 실험은 단순 노동시간 단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의 과정과 생활방식, 사회적 관계까지 어떤 변화가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라며 "중소 영세 사업장이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1년 6개월에서 2년간 실험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앞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래에 일하는 세대를 위한 일터를 만들어주는 것도 기성세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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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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