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가이하 전기요금은 국제 통상공격 빌미

2021-12-16 10:47:55 게재
이성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지난 5일은 제58회 무역의 날 이었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연간 무역규모와 수출액이 각각 1조2500억달러, 640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달성, 역대 최단기간에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라고 한다. 코로나 위기에서 거둔 성과로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성과를 뒤로 하고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가 하나 있다. 바로 글로벌 통상관계에서 '전기요금'에 대한 상계관세 논란이다. 2010년 이후 미국의 철강업계는 다른 국가들이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법으로 산업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계관세 부과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태국 등 몇몇 국가들에 대해서는 실제로 상계관세가 부과된 전례가 있다.

상계관세 조사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 전기요금이 시장가격으로서 적정한지 여부 등의 관점에서 다양한 공격을 받아 왔고, 그 공격의 대상품목도 확대돼 지속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여러 조사건에서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돼 왔으나, 미 철강사들은 자국의 조사결과에 불복해 국제무역법원(CIT), 미국연방법원에 제소하는 등 통상마찰의 파고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한전은 올해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체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원가가 적기에 반영되는 전기요금이 더 이상 통상 마찰의 도마 위에 오르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정책적 이유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2013년 이후로 전기요금이 조정되지 않은 것이 미국 철강산업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보조금이 아니라는 판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가연계형 요금체계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글로벌 통상 관점에서는 바람직하다. 낮은 전기요금은 상계관세, 국제 소송 등으로 이어져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올초 원가연계형 요금체계 도입시보다 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가 원가연계형 요금체계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키지 않을 경우 국제 통상 무대에서 전기요금에 대한 공격을 더욱 거세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그리고 있는 그린에너지 세상을 위한 탄소중립 이행, 국가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도 요원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킬 경우 우리나라 전기요금에 대한 외국 산업의 공격을 멈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필자는 우리의 전기요금에 대한 외국 산업계의 공격을 접할 때마다 왕좌 위에 걸려 있는 다모클래스의 칼을 떠올리곤 한다. 다모클래스의 칼이란 왕좌가 언제 떨어져 내릴지 모르는 칼 밑에 있는 것처럼 항상 불안과 위험속에 있는 것을 상징한다.

우리나라는 2030년에 세계 4대 수출강국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무역강국,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위해 이제는 우리 머리 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다모클래스의 칼'을 거두어 들여야 할 시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