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추미애·박영선 "원년멤버 집합" … +알파는?

2021-12-17 11:30:19 게재

민주당, 정권교체 위기감에 내부·진영 결집

후보 독주·가족 리스크 겹쳐 외부 확장 주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에 '민주당' 사람들이 결집하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에 이어 추미애 전 장관, 박영선 전 의원이 선대위에 결합했다. 범여권 인사로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측면지원에 나섰다. '정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진영결집의 동력으로 작동하는 모양새다.

내부결속에 이어 중도층 등을 공략할 수 있는 외연확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당·청의 반대에도 부동산 양도세 중과 유예를 주장하는 등 '후보 독주'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아들의 불법도박이 확인됐다. 후보의 비호감도를 높이는 소재가 될 이슈로 확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악수하는 이재명-추미애│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직속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에서 추미애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이재명 후보는 16일 사회대전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이 후보 직속기구다. 추 전 장관이 당내 경선 과정부터 핵심 어젠다로 강조해 온 지대개혁을 비롯해 디지털전환·기후정의·교육혁신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

이 후보는 "지대개혁을 통해 다시 노동하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저의 지대개혁과 후보께서 구상하는 기본소득은 동시에 추진돼야하는 것"이라며 "지대개혁, 디지털 전환, 기후정의, 교육혁신에 있어서도 후보에게 맞는 정책 조언과 자문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사회대전환위원회에는 '눈 떠보니 선진국'의 저자인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김유은 한양대 국제대학원장,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등이 합류했다.

추 전 장관에 이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선대위에 합류한다. 박 전 장관은 선대위에서 정책과 공약 개발을 담당하는 '디지털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17일 귀국 예정인 박 전 장관은 SNS에 "앞으로 5년 대한민국 국가과제를 무엇으로 선정하고 어떻게 펼쳐 나가느냐에 따라 우리는 일본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추격국가에서 글로벌 선도국가로! 그것을 이재명정부가 해낼 것"이라고 썼다. 박 전 장관은 한국을 떠나기 직전 이 후보와 '선문명답'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사실상 이 후보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당초 내년 1월까지 미국에 머물 예정이었으나 이 후보의 요청으로 선대위에 조기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 진영 사람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야 될 시간이 왔다"고 지지층 총동원령을 내린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16일 민주당 제주도당을 방문해 원로 당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당 밖에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하면서 범여권 대열에 합류했다. 민주당 안에서는 선대위 출범 이후 공개적 지원활동을 미루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의 합류가 내부결속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조만간 지원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외연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에서 활동했던 김관영 채이배 전 의원이 선대위에 합류했다. 이들은 정치개혁과 쇄신을 주창해 왔다.

김관영 전 의원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민주당과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미루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전달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외연확장의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열린민주당과의 통합논의는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승리를 위한 대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열린민주당 안에선 정치개혁과 정당혁신 등의 과제를 주목하고 있다.

내부결속은 나름 속도를 내고 있지만 외형 확장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양상이다. 최근 불거진 이슈가 확장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분야의 이 후보 독주현상에 가족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아들의 불법도박과 관련해 이 후보는 16일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아들 동호씨도 실명 입장문을 통해 "부적절한 처신으로 상처 입고 실망하신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당사자로서 모든 일에 대해 책임지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신속하게 사과하고 아들 또한 반성입장을 내놨으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에 대한 공세를 취하던 민주당으로선 처지가 옹색해졌다. 선대위 관계자는 "김씨의 허위이력 기재 등을 강조하면 결과적으로 이 후보의 가족리스크도 함께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문을 닫았다. 후보의 비호감도를 낮추려는 그간의 노력이 퇴색된 것은 물론 지지유보층에 대한 확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윙보터로 평가되는 유권자층에 후보의 이미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도·무당층 표심 공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아들 관련 의혹에) 후보가 수차례 사과를 하며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까지 했다"면서 "무한검증을 받겠다는 자세로 국민들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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