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전 91% 계속운전 승인

2021-12-20 10:48:56 게재

88기는 60년 운영허가 … 연장없이 폐로된 세계 원전은 6%뿐

전 세계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원전)의 45%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제원자력기구(IEAE)와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21년 1월초 기준 세계에서 운영 중인 원전은 442기로, 이중 200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151기는 계속운전 중이다.


계속운전이란 '운영허가 기간(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에 대해 정부가 법적기준에 따라 안전성을 확인한 후 계속해 10~20년간 운전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94기 원전을 운영 중인 미국은 86기(91%)에 대해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이중 절반이 넘는 48기가 계속운전에 들어갔다.

특히 미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수명을 80년까지 연장하는 분위기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5월 버지니아주에 있는 서리(Surry) 원전 1·2호기의 수명을 추가로 20년 연장했다. 이에 따라 서리 1·2호기 수명은 기존 60년에서 80년으로 늘었다.

서리 1·2호기의 상업운전 개시일은 각각 1972년 12월, 1973년 5월이다. 국내에서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1978년 4월)와 월성 1호기(1983년 4월)보다 5~10년 이상 오래됐다.

앞서 NRC는 플로리다주 터키 포인트 3·4호기, 펜실베이니아주 피치 보텀 2·3호기 원전에 대해서도 수명을 80년까지 연장한 바 있다.

미국은 전체 원전 94기 중 수명이 80년으로 늘어난 6기를 제외한 88기가 60년 운영 허가를 받은 상태다. 현재 수명이 40년 이상된 원전은 48기에 달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미국의 지나원전·나인마일포인트 1호기, 스위스의 베즈나우 1호기로 각각 51년째다. 이어 미국의 드레스덴 2호기와 H.B.로빈슨 2호기가 50년째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42기 가운데 67%인 296기는 30년을 초과해 운전 중이다.

또 세계 원전 중 설계수명이 지난 224기 중 195기(90%)가 계속운전을 했거나, 하고 있다. 설계수명 후 폐로된 원전은 전체의 6%인 14기 뿐이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새로 건설에 착수한 원전은 49기이며, 계속운전이 승인된 원전은 121기에 이른다. 계속운전 승인국가는 미국(34기), 캐나다(19기), 영국(16기), 러시아(14기), 우크라이나(9기), 일본(6기), 스페인(5기), 헝가리(4기), 벨기에·체코(각 3기) 등 16개국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계속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10월 수립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에서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19대 대선에서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중단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 결과 10년 계속운전 승인을 받고 운영 중이던 월성1호기가 수명 4년을 앞두고 조기 폐쇄됐다. 중장기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즉시 폐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30년 이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국내 원전은 10기에 이른다.

가장 가깝게는 고리2호기가 2023년 4월 설계수명 만료된다. 이어 고리3호기(2023년), 고리4호기(2025년), 한빛1호기(2025년), 한빛2호기(2026년) 등 2029년까지 매년 줄지어 서 있다.

매년 650MW에서 1650MW까지 총 수명만료되는 원전의 설비용량은 8450MW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직성"이라며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공급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함께 고려하며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국들 가운데 탄소중립 수단 중 원전을 빼고 접근하는 나라는 독일 외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세계 원전 운영국의 흐름과 달리 우리나라엔 아직 계속운전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원전이 대부분"이라며 "전력문제는 도전적 실험이 아니라 검증된 기술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현재 원전 비중은 29% 수준인데 2050년 계속운전을 승인하고, 신한울 3·4호기를 건립해 가동한다고 해도 15% 이내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계속운전이 신규원전 건립보다 현실적이란 주장은 주민수용성, 기술적(계통접속), 경제적인 분석에 기인한다. 새로운 원전부지를 모색하기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역에 대규모 전력시설이 추가 건립될 경우 실소비지(수도권)까지 송전·배전시설을 설치하는 일도 난항이 예상된다.

또 한수원에 따르면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개선 비용으로 고리1호기는 2976억원, 월성1호기는 5655억원이 소요됐다. 원전 신규건설 비용이 약 4조~5조원(신한울 1호기, 140MW 기준)에 이르는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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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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