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계속운전, 탄소중립 성패 좌우

2021-12-20 11:25:25 게재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목표달성 한계

2029년까지 국내원전 10기 폐로 예정

미국, 원전 수명 80년까지 연장 추세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원자력발전(원전)의 계속운전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계속운전이란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에 대해 정부가 안전성을 확인한 후 10~20년간 추가 운전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글로벌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중 하나는 탄소중립이다. 화석연료 사용 등 온실가스 발생을 최대한 줄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흡수 또는 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Net-zero)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우리정부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데 이어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했다. '탈석탄·탈원전'을 토대로 한 급격한 재생에너지 증가가 핵심 추진방안이다.

대통령소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10월 시나리오 최종안을 마련하고 '2050년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을 70.8%(A안) 혹은 60.9%(B안)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 비중은 6.1~7.9%로 설정했다.

이와 관련,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전력문제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위기관리 경영기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탄소중립 실현방안을 마련하려면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경우와 재생에너지 60~70% 비중에 실패했을 때의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50년 국내 전력수요를 2018년 대비 221.7%~230.7% 증가한 1166.5~1213.7TWh로 전망하고 있다.

조 교수는 "탄소발생을 하지 않으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이 위에서 언급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주요 원전 운영국에서도 계속운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우리가 갖고 있는 무탄소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밖에 없다"면서 "재생에너지 하나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특성에 따른 전력수급 불안전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특히 우리정부가 전 세계에 약속한 2030년 NDC계획은 사실상 9년밖에 안남았다"며 "2030년 이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10기 원전(설비용량 8.45GW)의 계속운전을 허용한다면 목표 달성에 좀 더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가동중인 원전 24기 중 고리2호기(2023년, 설비용량 650MW)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10기가 설계수명 만료돼 폐로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3.5GW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고위관계자는 "주민 수용성, 계통 연계성, 경제성 등을 고려하면 신규 원전 건립은 바람직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이런 측면에서 원전의 계속운전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전 계속운전을 위해 △원전사고 대응체계 혁신(안전성)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정책 실행 △지역주민 동의를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EA) 등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중인 원전 442기 중 200기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으며, 그중 151기가 계속운전 중이다. 미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명을 80년까지 연장한 원전이 6기이며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88기는 60년 운영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2017년 10월 수립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에서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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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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