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 쟁점│③ 감동없는 인재영입의 함정

"자원봉사땐 격려, 도전하려면 손가락질"

2021-12-23 11:28:57 게재

"경력자만 채용·M&A 주력하는 대기업 전락"

곳곳에 '기울어진 운동장', 신진들 도전 막아

'운 좋은' 몇몇 위한 청년정치, '기회 공정' 위협

"울더군요. 한 청년 정치인이 자기가 겪은 지역에서의 힘겨움을 이야기할 때 … 다들 따라서 울더군요. 다들 자기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주 '청년 예비 정치인과의 간담회'에서 있었던 일을 페이스북에 풀어놨다.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에게 빨간 목도리 걸어주는 윤석열 후보│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에게 빨간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정치 신인들에게 정치판은 냉엄한 광야였다. 박 의원은 "선거에 도전하기 위해서 직장을 접고 준비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먹고 살 생활비 걱정을 해야 하고 공천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미미한데 선거비용은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결국 부모님 덕을 보거나 막대한 빚을 끌어와야 하는데 돈 없고 부모 배경 없는 청년들은 여기에서 또 장벽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기존 지역 조직이나 당 조직은 청년들에게 배타적"이라며 "그냥 밝은 모습으로 자원봉사를 하거나 선거를 돕는 사람일 때는 격려하다가 막상 도전자의 입장을 밝히면 경쟁자로 보고 손가락질하거나 욕심 많은 사람으로 낙인 찍는다. 더 큰 장벽"이라고 했다.


그는 예비 청년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청년정치가 운 좋은 몇몇 청년들의 '기적같은 사례'가 아니라 '계획적이고 구조적으로 보장된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며 "청년들을 이벤트에 동원하거나 사진 한 컷의 배경으로 삼는 기성정치에 반대하겠다"고 했다. 청년들이 도전하려는 정치판에서조차 '기회의 공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손쉬운 방식 선호하는 정당들 = 우리나라 정당들은 정치신인들을 발굴해 훈련하지 않는데 인색하다. 이는 거대정당 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인 정의당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권 밖에서 변호사 등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했거나 특별한 경험을 가진 인물을 발탁하는 '경력자 우대' 형식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고질적 병폐가 지적받고 있다. R&D 투자를 아끼기 위해 기초과학 등에 투자하지 않고 벤처기업이 만들어놓은 기술과 제품을 사들이거나 기술자를 영입하는 '손쉬운 방식'을 선호해 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인재영입이 시대정신과 다소 거리가 있는데다 때로는 '쉽게 정치권으로 들어가는 지름길'로 인식되면서 불공정의 사례로 지목받고 있다. 또 정당의 '인재풀'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지속가능한 정당을 만들기 위한 '축적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정당이 훈련을 시키고 정당의 정체성 등을 숙련, 숙지한 상태에서 활용돼야 한다"며 "중소기업에 있다가 훈련돼 실력을 쌓으면 다른 기업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정당들이 신입을 채용해 육성하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고 중소기업이 비용을 들여 만들어낸 기술과 훈련시킨 인력을 뒤늦게 빼 가거나 M&A를 통해 통째로 가져가는 데만 주력하는 '대기업'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는 매우 프로페셔널한 영역인데 아무나 하는 아마추어 영역이라는 것을 정치권에서 보여주고 있다"면서 "대화와 타협 등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훈련하지 않은 인사들이 대거 영입돼 들어오면서 정치가 더욱 진영논리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회의 불균형을 깨야 = 정당의 인재양성 프로그램과 함께 필요한 것이 발탁시스템이다. 지방의회가 부활한지 20년 가까이 되고 있지만 지방의회가 인재 플랫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의 힘이 지방정치영역에서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자체가 도전자나 신인들에게 불리한데다 당내에서도 도전자를 경계하는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정당의 엄밀한 평가, 청년도전자에 대한 확실한 지원, 상향식 공천제도 등이 언급된다.

김성식 전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상향식 공천제도가 제대로 이뤄지면 중앙 중심, 지도부 중심의 국회 운영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은 "청년 할당제 등 제도보완이 돼야 하고 생계를 유지하면서 정치에 참여해 훈련할 수 있도록 지방의원 등에도 의원소속의 보좌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청년들에게 컷오프를 넘어설 제도적 보장, 정치자금 압박에서 벗어날 정치자금법 개정과 당 차원의 지원을 마련할 제도적 장치, 청년특별선거구 마련으로 기회의 장을 넓히는 문제까지 이야기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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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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