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증, 정신장애 분류에서 삭제"

2021-12-27 12:01:54 게재

인권위, 통계청에 권고 예정

트랜스젠더 등 실태파악 권고

"정부 차원 통계·연구 전무해"

태어났을 때 부여받은 성별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이 다르다고 느끼는 상태(성별불일치감)를 정신장애로 보고 질병진단코드를 부여하는 데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선을 권고하기로 했다.

2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조만간 통계청장에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개정해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분류에서 삭제하라"고 권고할 계획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국제질병분류의 정신장애 분류에서 성전환증을 삭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성별불일치감을 갖는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에 대해 국가가 실시하는 각종 통계에 관련 항목을 넣는 등 실태파악 필요성도 국무총리에게 권고할 예정이다.

인권위 등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인구총조사 등 각종 국가조사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 이분법으로만 진행되기에 성소수자의 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보건복지부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여성가족부 가족실태조사 등에도 트랜스젠더 관련 항목은 없다. 반면 외국에선 성별 정체성을 포함해 실태조사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중앙행정기관과 통계 작성 지정기관의 국가승인통계조사 및 실태조사를 통해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 존재를 파악하고 이를 정책 수립 등에 반영하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고 국무총리에게 권고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집단을 가시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식으로 규모부터 파악해야 정책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은 각종 혐오와 차별에 노출된 상태다.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보고서'(2021)를 보면 응답자(591명)의 65.3%가 지난 1년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2014)에서도 만 13~18세 성소수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200건의 설문조사에서 교사에게 성소수자 혐오표현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80%, 친구에게 들은 적 있다는 응답은 92%에 달하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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