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디지털 시대와 회계사의 IT전문성

2021-12-28 10:51:13 게재
"기업이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되면서 회계감사에서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습니다. 기업이 회계프로그램을 조작해 부정을 저지르면 회계사들이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사를 위해서는 소위 기업의 블랙박스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한 중견회계법인 대표 회계사는 최근 감사환경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공인회계사들의 IT전문성 확보를 강조했다. 최근 몇년간 회계업계의 관심은 IT를 활용한 감사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회계업계도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됐다. 회계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보를 측정·처리·분석·보고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IT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은 회계감사에서 중요한 영역이 되고 있다.

하지만 회계사들은 IT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인력이 아니다. 독자적인 회계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업의 경우 프로그램 소스코드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입맛에 맞게끔 회계자료를 위·변조할 가능성이 있다.

회계사들이 프로그램 조작을 직접 밝혀내기는 어렵지만 전문 IT인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정도의 IT개념은 최소한 익히고 있어야 한다. 최근 일부 회계법인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외부감사에 IT전문가를 반드시 참여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효율적인 회계감사를 위해서도 회계사들은 IT역량을 키워야 한다. 기업의 방대한 자료를 보다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회계분야에 접목시키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분식회계 적발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정보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회계사들은 더 이상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시대를 맞게 됐다.

'기업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역시 IT영역의 비중이 크다. 기업들이 IT분야에 대한 통제를 어떻게 하는지 따져보는 게 내부통제의 가장 큰 목적이 됐다. 내부통제 기능이 효율적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이전에 IT영역에서 벌어지는 임의적인 조작을 막을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적 책임이 강화되면서 회계사들은 의심스런 사례 적발시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디지털포렌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회계사들이 IT분야를 잘 모르면 기업과의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2025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IT과목의 사전학점 이수, 회계감사 과목에서 IT관련 출제 비중 확대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형식적 제도 개선이 아닌 실전에 필요한 전문성 강화의 기틀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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