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에 안녕? 우리 동네는 안녕!

2021-12-30 11:27:49 게재

금천구 주민들 '마을을 기록하다'

사진·그림·영상작품 이웃과 공유

"코로나 생각하면 우울하기만 하잖아요. 그 가운데 밝은 거, 희망적인 게 있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가족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더 끈끈해졌잖아요? 그래서 집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아내보자 했어요."

서울 금천구를 주 무대로 도자기 공예를 하는 최희자 작가. 이번에는 대안학교 학생 등 20명 남짓 동네 아이들과 공동작업을 했다. '내가 살고 싶은 집' '살면 행복할 것 같은 집'이라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지붕에 하트를 붙이기도 하고 통나무며 지푸라기로 집을 짓고 버섯집 움집 초가집 등 상상력을 발휘했다. 각각의 집은 800살 넘은 시흥동 은행나무 가지마다 자리를 잡았고 몸체와 잎이 더해져 작품 '온기'가 됐다.

유성훈 금천구청장 등 금천구와 마을공동체지원센터 관계자들이 마을자치 기록전에서 선보인 작품 '온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금천구 제공


금천구 주민들이 코로나19 시대 마을을 사진과 그림 영상 등 예술작품에 담아 이웃과 공유한다. 31일까지 진행하는 마을자치 기록전 '안녕, 마을: 재난과 공동체'다. 은행나무 지근거리에 둥지를 튼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입구부터 강당과 회의실은 물론 층과 층, 방과 방을 잇는 복도까지 크고 작은 작품들이 가득하다.

안녕은 마주침이자 평안, 작별이자 기원을 의미한다. 엄샛별 금천구마을공동체기록관 PM은 "만나고 헤어질 때 인사인 동시에 안녕함과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마을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에게 안녕을 묻고 확인해보자는 뜻에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사전 공모를 통해 평범한 이웃부터 전문작가까지 작업을 함께 했다. 시흥2동 주민 김옥영(63)씨는 기록관에서 영상기록강좌를 들은 뒤 작품활동에 뛰어든 경우다. 매주 한차례 만나 공부하며 서로를 격려하던 동아리 '씀' 회원들과 함께 여름부터 가을까지 마을 전경과 백신 접종에 대한 세대별 인터뷰를 영상에 담았다. 김씨는 "찍는 게 좋아서 그냥 찍고 편집해서 그림이며 글을 더했는데 주변에서 대단하다고들 칭찬하니 좋다"며 "결혼하고 집에만 머무르면서 공허함이 생겼는데 살림하면서 짬나는 시간에 작업을 하니 더욱 새롭다"고 말했다.

마스크에 가려 보이지 않는 표정, 집에 머물며 고양이와 함께 한 일상, 코로나 우울감을 떨치기 위해 목공 요리 역사 도자기 등 각종 배움에 도전했던 시간 등이 모두 작품이 됐다. 최희자 작가는 "아이들 마음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며 "작업을 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보이지 않게 주민들을 지원하고 각종 마을 현장에서 뛰고 있는 활동가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아, 그 사람!' 초상 사진전이 대표적이다. 정확히 누군지는 몰랐는데 얼굴을 보면 "아!" 하게 된다는 의미다. '요즘의 내가 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거나 '오늘도 마을살이를 지속하고 있다''마을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하고 싶다'는 짤막한 수필도 덧붙였다.

마을공동체 활동가 110명은 '나는 마을지기이다' 코너에서 활동백서로 인사를 전한다. '마을을 잇고 지역을 기록하다'는 취지에서 민주적 참여문화와 시민교육에 기반해 2014년부터 올해까지 양성한 이들이다. 이들은 마을활동과 공동체지원센터를 '만남' '장대높이뛰기' '샘물' '첫 키스' 등으로 소개했다. 2년간 비대면으로 진행한 주민총회 과정이나 코로나 이후 휴관과 재개관, 일부 개관 등을 이어갔던 나날도 확인할 수 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낯선 재난의 시대를 겪은 마을공동체를 담은 다양한 기록, 지역 예술가와 협업으로 제작한 작품을 통해 마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며 "보존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금천의 자산으로 보존하고 기록전을 통해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